가면은 상처를 가리는 것일까, 버티게 하는 것일까

2025. 8. 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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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프레데릭은 가면을 '기만'으로 여겨 거부하지만 레오니는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버티게 해 주는 힘"이라며 설득한다.

작품은 가면이 실제로 상처 입은 군인들에게 사회로 복귀하고 버티게 하는 치유의 힘이 됐는지 단정하지 않는다.

뮤지컬에서 프레데릭이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것은 가면의 힘이 아닌 곁을 지켜 준 레오니의 헌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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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성의 공연한 오후]
뮤지컬 '르 마스크'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르 마스크'.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1차 세계대전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약 3,700만 명. 불과 4년 만에 한국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프랑스에서만 300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그중 약 1만5,000명은 얼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깨진 얼굴들(게울 카세·Gueules cassées)'이라 불렀다. 미국인 조각가 안나 콜먼 래드는 파리에 '초상가면 스튜디오'를 열어 이들을 위한 가면 제작에 나섰다. 뮤지컬 ‘르 마스크’는 바로 이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상처와 치유, 그리고 잃어버린 꿈의 회복을 그린다.

귀족 출신의 프레데릭은 약혼녀를 두고 참전했으나 전투에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은둔자가 된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레오니는 초상가면 스튜디오의 견습 조각가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레오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할 기회를 잡기 위해 가면 제작에 부정적인 프레데릭의 생각을 바꾸려 애쓴다. 프레데릭은 가면을 '기만'으로 여겨 거부하지만 레오니는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버티게 해 주는 힘"이라며 설득한다.

뮤지컬 '르 마스크'.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작품은 가면이 실제로 상처 입은 군인들에게 사회로 복귀하고 버티게 하는 치유의 힘이 됐는지 단정하지 않는다. 뮤지컬에서 프레데릭이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것은 가면의 힘이 아닌 곁을 지켜 준 레오니의 헌신 덕분이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레오니가 프레데릭의 얼굴 모형을 뜨는 과정이다. 상처 입은 얼굴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프레데릭은 모형 뜨는 작업을 취소하려 하지만 레오니는 ‘편하게 말해봐요’라는 넘버와 함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며 담담히 기다려준다. 나른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 석양의 빛을 받으며 사소한 관심사를 나누는 이 장면은 세상의 근심, 걱정을 모두 잊게 해 줄 만큼 평화롭다. 위로와 응원보다 더 큰 힘은 묵묵히 기다려 주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상처와 치유, 그리고 곁의 위로

가면을 선물받은 프레데릭은 폐업 위기에 있는 가면 스튜디오를 살리기 위해 후원 연설을 약속한다. 세상에 얼굴을 내민 프레데릭의 복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가면은 제대로 만들어졌지만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면 뒤의 모습을 의식해 연설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복귀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가 세상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가면이 아니라 곁을 지켜 준 레오니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레오니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헌신이 있는 한 프레데릭은 언젠가 더 힘 있는 연설을 들려줄 것이다.

"난 계속 넘어질 거예요.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하겠죠. 하지만 우린 아직 살아 있잖아요. 그러니까 삶이 허락하는 한, 우린 다시 일어나야 해요." 레오니의 대사는 무대 너머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말이다. '르 마스크'는 진정한 위로는 곁을 지키는 것이며, 진정한 용기는 포기하지 않는 것임을 일깨운다.

초연작인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서사 전개는 다소 단조롭고 긴장감이 부족하다. 등장인물은 4명이지만 실제로는 2인극에 가까운 구성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초상가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르 마스크'는 상처와 치유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르 마스크'는 11월 9일까지 이티시어터1에서 공연한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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