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버텼던 백색가전 공장 터 16년, 뭐든 되더라

박정환 기자 2025. 8. 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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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현·학익 2-2블록 인하대역 도시개발
▲ 1999년 8월 25일 워크아웃 기업으로 지정된 뒤에도 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미추홀구 용현동 인천공장 모습. /사진출처=디지털미추홀구문화대전

대우일렉 이전설…"인천공장 터 개발계획 중단하라"  발끈

2009년 5월 20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허식)가 성명을 발표했다. '대우일렉(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터에 대한 도시개발계획을 전면 중단하라.' 대우일렉이 인천공장 문을 닫고 광주광역시로 이전 계획을 세우자, 인천시의회는 발끈했다.

인천공장 터는 이미 2006년 9월 용현·학익 도시개발 사업구역 기본계획에 준공업지역을 (준)주거·상업 지역으로 용도변경이 반영된 상태였다. 단층 짜리 공장건물 터에 300% 이하(주거)~800% 이하(상업)의 용적률이 새로 적용됐다. 지금의 용현·학익 2-2블록 인하대역(1·2구역) 도시개발 사업구역(미추홀구 용현동 604-7 일원 12만8185㎡)이다.
▲ 용현·학익 2-2블록 인하대역(1·2구역) 도시개발 사업구역 위치와 토지이용계획도

대신 백색가전 생산공장을 뷰티풀 파크(옛 검단산업단지)로 옮기고, 대우일렉 본사와 R&D 센터를 청라지구 안 IHP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이전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뷰티풀 파크(총면적 224만502㎡ 중 산업시설구역 138만1455㎡)는 2014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 공사 중이었다. IHP 도시첨단산단(총면적 116만 9242㎡ 중 산업시설구역 64만5094㎡)은 2021년 조성을 마치기로 하고 2003년 8월 산단 지정을 받았다.
▲ 2003년 7월 28일 고(故) 노무현(오른쪽 두번째) 전 대통령이 우수 수출기업 대우일렉의 인천공장을 시찰하면서 김충훈(왼쪽 두번째)사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노무현사료관

공장 문 닫을 땐 3000억 증발하는데,  터 개발권이라도…

대우일렉이 인천을 떠날 때는 지역경제가 휘청거릴 판이었다.

인천시는 당시 '㈜대우일렉 지방 이전에 따른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인천공장 폐쇄로 일자리 2000여 개가 사라지고, 최소 3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증발한다는 진단이었다.

인천공장 고용 인원은 2008년 말 870명으로 인천 내 제조업 종사자 19만8962명의 1.04%였다. 대우일렉 협력업체 436개사 중 80개 사가 인천에 있었다. 1200명이 그곳에서 일했다. 인천공장의 매출액은 2475억 원으로, 지역 제조업체 생산액(46조4821억 원)의 0.53%를 차지했다.

인천공장 폐쇄는 지역 실업률을 3.8%에서 4.1%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지방세 수입은 한 해 6억 원가량 줄 것으로 추산됐다.

한때 대우일렉 인천공장은 냉장고를 한해 36만대 생산했다. 1999년 8월 워크아웃 직후에도 직원이 2500명에 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28일 수출 우수업체이자 모범 노동조합 사업장으로 뽑힌 대우일렉의 인천공장을 찾았다.

"세계 최고 제품이 있고, 최고기업이 되기 위해 자신만만하게 해나가고 있다. 노사화합을 통해 새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줬다. 이 두 가지가 한국경제를 2만불 시대로 도약하는 중요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임직원을 격려했다. 당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1만2720달러였다.
▲ 2009년 12월 15일 대우일렉 인천공장에 불이 나 3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진압을 하던 소방관 5명도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일보DB

공장 터에 아파트·상가 허용 "그건 그거고,  땅 내 놔"

막상 인천공장 잔류는 여의치 않았다.

뷰티풀 파크는 공장 터 확보에 애먹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입주하기로 계획됐던 터였다. 여기에 대기업의 공장이 수도권 공공사업 터로 이전할 경우 현재 터 규모 말고 추가로 3300㎡를 확보해야 했다.

IHP 도시첨단산단은 업종 제한이 걸림돌이었다. 냉장고·에어 등 만드는 인천공장은 첨단업종이 아니어서 업종전환을 해야만 입주가 가능했다.

대우일렉은 2009년 12월 인천공장의 문을 사실상 닫은 채 광주행을 택했다. 매각 실패를 거듭하자 인천·구미 공장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채권단(한국자산관리공사·외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서울보증보험)에 제출했다. 워크아웃의 시한을 2010년 3월로 연장하는 조건이었다.

채권단은 인도 비디오콘·미국 리플우드 컨소시엄, 모건스탠리 PE, 미국 리플우드·러시아 디질런트 컨소시엄, 이란 가전 그룹 엔텍합 등과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나 매각 협상을 벌였다. 인수가격(초반 8000억 원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은 번번이 무산됐다.

절묘하게도 2009년 12월 15일 인천공장에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창고 2채 내부 6468㎡와 보관 중이던 냉장고 1만3000여대, 부품 등이 탔다. 동산 30억 원, 부동산 3억 원 등 33억원(소방서 추산)의 재산손해를 입었다.

시와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옛 경인지방노동청)은 인천공장 실직자 재취업 창구와 생계지원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인천 연고 생산직 직원 2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터였다.

시는 인천공장 폐쇄로 가닥이 잡히자 상업·준주거지역을 일반주거용지로 하향하겠다고 압박했다. 주거도 저층 주택 중심으로 용적률을 200% 이내로 낮추겠다며 강수를 뒀다.
▲ 2014년 5월 대우일렉 인천공장 건물이 철거된 뒤 터만 잡초 속에 덩그러니 남았다. 사진은 공장 일부가 있던 인하대역 도시개발사업 2구역 터. /인천일보DB

대우일렉 8000억→2700억대 헐값 매각…인천공장 결국 폐쇄

그러거나 말거나 인천공장은 2010년 결국 폐쇄됐고, 대우일렉은 2013년 1월 8일에서야 동부그룹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인수금액은 2726억 원이었다.

인천공장 건물은 2014년 5월 철거됐다. 철거비용 7억원가량을 공장 터 옆 2-1블록(미추홀구 용현동 664일대 42만3377㎡) SK스카이뷰 시행자인 ㈜인포트가 대기로 했다. 흉물스런 인천공장 화재 잔해물이 SK스카이뷰 아파트 분양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에서였다.

땅 주인과 이름이 바뀔 때마다 인천공장 터(11만4517㎡)는 나대지 상태로 부침을 거듭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2002년)→동부대우전자(2013년)→대우전자(2018년)→위니아대우(2019년)→위니아전자(2020년)→위니아(2022년)로 이름만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대우일렉이 동부그룹에 팔리기 불과 5개월 전 인천공장 터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기획부동산 측이 825㎡씩 총 30~40필지로 쪼개 3.3㎡당 400만~450만 원에 공장용지로 팔고 있었다.

"매매가의 80%까지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대출도 가능하고, 미추홀구(당시 남구)와 협의 중인 토지분할과 도로구획 도면이 곧 나온다"며 수요자를 꼬드겼다. "Y사가 3.3㎡당 210만 원씩 총 760여억 원에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 10%를 치렀다. 2∼3달 안에 잔금까지 완불할 예정이다"라며 바람도 잡았다. 땅 판 돈으로 잔금을 치를 요량이었다.

인천공장 터는 공장이 다시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2008년 6월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가 IHP 도시첨단산단 지정을 전제로 수도권정비계획에 공장용지 총량에서 빠진 땅이었다. 준공업에서 준주거와 일반상업 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용현·학익구역 기본계획에 이미 서 있었다.

결국 Y사는 잔금 지급 기일을 지키지 못했고, 매매계약도 해지됐다.
▲ 대우일렉 인천공장 터를 사들인 BS그룹의 계열사 BS산업이 분양을 앞두고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라는 이름을 걸고 1구역 안에 견본주택을 지었다. /인천일보DB

새 주인 BS그룹 10년 버텨  공장 터에 아파트 내달 분양 예정

인천공장 터는 2016년 새 주인을 찾았다. BS그룹(옛 보성그룹)이었다.

BS그룹 계열사 BS산업은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라는 이름으로 아파트를 짓는다. 시행사는 아이월드㈜, 시공은 BS한양이 맡는다. 다음 달 중순 입주자 모집공고를 앞두고 견본주택도 세웠다. 단지 규모는 최고 43층 6개 동, 총 1199가구다.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하대역 도시개발사업은 1, 2구역으로 나눠 따로 진행된다.

수용방식인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가 1구역(9만7932㎡)으로 계획인구는 2925명이다. 상업지역인 2구역(3만253㎡)은 환지방식으로 계획인구가 1025명이다. 시행자는 인하대역 도시개발사업조합(민간 토지주 66명)이다.
▲ 인하대역 도시개발사업 1구역과 따로 개발되는 상업지역인 2구역에 아직 철거되지 않은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천일보DB

얻은 것 없고 챙긴 것 없는 인하대역 1구역,  감감한 2구역

따지고 보면 인천공장 터 개발과정에서 지켜진 게 없다. 대우일렉을 잡지도 못했다. 인천을 떠날 때 시의 저층 중심의 주거단지 개발 방향도 단지 엄포성이었다. "1·2구역 한꺼번에 개발하라"며 도시개발 구역지정 제안서를 반려했던 이유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공원·녹지·도로 등 기반시설용지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1구역이 35.3%이다. 2구역 36.4%보다 되레 적다.

같은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인 DCRE의 1블록(154만6747㎡)이 47.7%다. 조합 시행의 용현·학익 1-4블록(8만7613㎡)이 39.3%다. 인근 삼성물산의 송도역세권구역(29만1725㎡)도 41.9%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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