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버텼던 백색가전 공장 터 16년, 뭐든 되더라

대우일렉 이전설…"인천공장 터 개발계획 중단하라" 발끈
2009년 5월 20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허식)가 성명을 발표했다. '대우일렉(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터에 대한 도시개발계획을 전면 중단하라.' 대우일렉이 인천공장 문을 닫고 광주광역시로 이전 계획을 세우자, 인천시의회는 발끈했다.

대신 백색가전 생산공장을 뷰티풀 파크(옛 검단산업단지)로 옮기고, 대우일렉 본사와 R&D 센터를 청라지구 안 IHP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이전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공장 문 닫을 땐 3000억 증발하는데, 터 개발권이라도…
대우일렉이 인천을 떠날 때는 지역경제가 휘청거릴 판이었다.
인천시는 당시 '㈜대우일렉 지방 이전에 따른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인천공장 폐쇄로 일자리 2000여 개가 사라지고, 최소 3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증발한다는 진단이었다.
인천공장 고용 인원은 2008년 말 870명으로 인천 내 제조업 종사자 19만8962명의 1.04%였다. 대우일렉 협력업체 436개사 중 80개 사가 인천에 있었다. 1200명이 그곳에서 일했다. 인천공장의 매출액은 2475억 원으로, 지역 제조업체 생산액(46조4821억 원)의 0.53%를 차지했다.
인천공장 폐쇄는 지역 실업률을 3.8%에서 4.1%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지방세 수입은 한 해 6억 원가량 줄 것으로 추산됐다.
한때 대우일렉 인천공장은 냉장고를 한해 36만대 생산했다. 1999년 8월 워크아웃 직후에도 직원이 2500명에 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28일 수출 우수업체이자 모범 노동조합 사업장으로 뽑힌 대우일렉의 인천공장을 찾았다.

공장 터에 아파트·상가 허용 "그건 그거고, 땅 내 놔"
막상 인천공장 잔류는 여의치 않았다.
뷰티풀 파크는 공장 터 확보에 애먹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입주하기로 계획됐던 터였다. 여기에 대기업의 공장이 수도권 공공사업 터로 이전할 경우 현재 터 규모 말고 추가로 3300㎡를 확보해야 했다.
IHP 도시첨단산단은 업종 제한이 걸림돌이었다. 냉장고·에어 등 만드는 인천공장은 첨단업종이 아니어서 업종전환을 해야만 입주가 가능했다.
대우일렉은 2009년 12월 인천공장의 문을 사실상 닫은 채 광주행을 택했다. 매각 실패를 거듭하자 인천·구미 공장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채권단(한국자산관리공사·외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서울보증보험)에 제출했다. 워크아웃의 시한을 2010년 3월로 연장하는 조건이었다.
채권단은 인도 비디오콘·미국 리플우드 컨소시엄, 모건스탠리 PE, 미국 리플우드·러시아 디질런트 컨소시엄, 이란 가전 그룹 엔텍합 등과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나 매각 협상을 벌였다. 인수가격(초반 8000억 원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은 번번이 무산됐다.
절묘하게도 2009년 12월 15일 인천공장에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창고 2채 내부 6468㎡와 보관 중이던 냉장고 1만3000여대, 부품 등이 탔다. 동산 30억 원, 부동산 3억 원 등 33억원(소방서 추산)의 재산손해를 입었다.
시와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옛 경인지방노동청)은 인천공장 실직자 재취업 창구와 생계지원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인천 연고 생산직 직원 2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터였다.

대우일렉 8000억→2700억대 헐값 매각…인천공장 결국 폐쇄
그러거나 말거나 인천공장은 2010년 결국 폐쇄됐고, 대우일렉은 2013년 1월 8일에서야 동부그룹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인수금액은 2726억 원이었다.

땅 주인과 이름이 바뀔 때마다 인천공장 터(11만4517㎡)는 나대지 상태로 부침을 거듭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2002년)→동부대우전자(2013년)→대우전자(2018년)→위니아대우(2019년)→위니아전자(2020년)→위니아(2022년)로 이름만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대우일렉이 동부그룹에 팔리기 불과 5개월 전 인천공장 터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기획부동산 측이 825㎡씩 총 30~40필지로 쪼개 3.3㎡당 400만~450만 원에 공장용지로 팔고 있었다.
"매매가의 80%까지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대출도 가능하고, 미추홀구(당시 남구)와 협의 중인 토지분할과 도로구획 도면이 곧 나온다"며 수요자를 꼬드겼다. "Y사가 3.3㎡당 210만 원씩 총 760여억 원에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 10%를 치렀다. 2∼3달 안에 잔금까지 완불할 예정이다"라며 바람도 잡았다. 땅 판 돈으로 잔금을 치를 요량이었다.
인천공장 터는 공장이 다시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2008년 6월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가 IHP 도시첨단산단 지정을 전제로 수도권정비계획에 공장용지 총량에서 빠진 땅이었다. 준공업에서 준주거와 일반상업 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용현·학익구역 기본계획에 이미 서 있었다.

새 주인 BS그룹 10년 버텨 공장 터에 아파트 내달 분양 예정
인천공장 터는 2016년 새 주인을 찾았다. BS그룹(옛 보성그룹)이었다.
BS그룹 계열사 BS산업은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라는 이름으로 아파트를 짓는다. 시행사는 아이월드㈜, 시공은 BS한양이 맡는다. 다음 달 중순 입주자 모집공고를 앞두고 견본주택도 세웠다. 단지 규모는 최고 43층 6개 동, 총 1199가구다.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하대역 도시개발사업은 1, 2구역으로 나눠 따로 진행된다.

얻은 것 없고 챙긴 것 없는 인하대역 1구역, 감감한 2구역
따지고 보면 인천공장 터 개발과정에서 지켜진 게 없다. 대우일렉을 잡지도 못했다. 인천을 떠날 때 시의 저층 중심의 주거단지 개발 방향도 단지 엄포성이었다. "1·2구역 한꺼번에 개발하라"며 도시개발 구역지정 제안서를 반려했던 이유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같은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인 DCRE의 1블록(154만6747㎡)이 47.7%다. 조합 시행의 용현·학익 1-4블록(8만7613㎡)이 39.3%다. 인근 삼성물산의 송도역세권구역(29만1725㎡)도 41.9%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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