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 피하려 넷플행… 케데헌도 ‘소박 수익’
‘케데헌’ 글로벌 수익 14조원
수익상한에 소니몫 280억 불과
‘오겜’은 제작비 110%만 받아
넷플에 IP 넘기는 계약조항탓
제작자 추가수익 사실상 전무
K-콘텐츠 ‘빛좋은 개살구’ 우려
일각선 “어쩔수 없는 자본논리”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매기 강·케데헌)가 넷플릭스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한국과 K-팝을 배경으로 삼았고, 미국 제작사 소니 픽처스가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하지만 K-팝 시장과 소니 픽처스로 흘러들어 가는 수익은 미미하다. 대부분의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한국 감독·배우가 한국어로 만든 대표적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의 권리와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점한 상황과 유사하다. 문화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고려할 때 IP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 내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소니, ‘케데헌’의 기록적인 성공에도 큰 손실 입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케데헌’은 글로벌 수익 10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 못지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정작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가 가져가는 수익은 2000만 달러(280억 원) 수준이라는 문제제기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소니 사이에는 특별 계약이 존재한다. 소니는 팬데믹 기간인 2021년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독점 계약을 맺으며 ‘직행 스트리밍’(direct-to-platform)에 합의했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넷플릭스에 우선 협상권과 독점 판권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소니는 제작비의 25% 금액을 사전 협상 프리미엄으로 받는다. 그러면서 작품당 최대 2000만 달러를 상한선으로 정했는데, ‘케데헌’이 이 사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K-콘텐츠 시장은 ‘오징어 게임’의 수익 배분을 두고 이미 냉가슴을 앓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이 1조 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후 2021년 국회 국정감사의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넷플릭스는 제작비의 110% 정도만 지급한다. ‘오징어 게임’에 2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수익 배분은 240억 원 정도라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창작자가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추가 보상 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구조 속에서 넷플릭스로부터 IP를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때,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2, 3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IP를 확보한다. 최소한 제작자에게 손해를 끼치진 않지만, 소위 콘텐츠가 ‘대박’을 터뜨려도 돌아오는 추가 수익은 사실상 없다. ‘케데헌’에 참여해 OST를 만든 K-팝 프로듀서들도 개인적인 저작권 수입 외 별도의 인센티브 조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K-콘텐츠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IP를 확보하지 못하면 연속 시리즈 제작 과정에서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고, 확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K-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의 하청업체’에 머문다는 뜻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 공개한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IP의 산업화 역량 지표인 세계적 지재권자(Global Top Licensor) 50 명단에 한국의 자리는 없다. 미국이 미키마우스(1위), 위키드(4위), 배트맨(6위) 등 32개, 일본이 포켓몬(7위), 헬로키티(10위) 등 7개를 비롯해 중국·프랑스가 각 2개 등을 보유했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IP 산업화 부진 이유로 △원천 IP 부족 △IP의 다각도 활용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 등을 꼽았다. 투자가 부족하니 IP 발굴이 더디고,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넷플릭스 자본에 의지하다 보니 IP를 몽땅 넘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업계의 시선을 의식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자본주의 개념으로 본다면 100% 투자금을 댄 넷플릭스가 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와 수익을 갖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케데헌’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면 오롯이 넷플릭스가 모든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결국 원천 IP를 확보하되 국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넷플릭스 일변도에서 탈피하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IP를 대하는 보편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손해를 줄이자’는 생각으로 선뜻 IP를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 전문가인 김시열 전주대 로컬벤처학부장은 “IP는 초기 계약 단계에서 숙고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확보하기 어렵다. 창작자나 창업자들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IP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IP를 포기하는 계약서 작성 후 뒤늦게 ‘구제’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투자 환경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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