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윤석열’들의 194일··· 서부지법 폭동 재판 방청기

1·19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폭동 피고인들이 판결문을 받아들었다. 이로써 2월10일 첫 기소된 피고인 63명에 대한 1심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사법기관이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로부터 물리적 공격을 받은 초유의 사태였던 만큼, 법원 결정은 물론 재판 과정 또한 관심을 받았다. 〈시사IN〉은 63명의 피고인이 병합 기소된 ‘2025고합60’ 사건의 재판 현장을 기록해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불법행위를 넘어, 법치주의의 핵심 요소인 사법권의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한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8월1일 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이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규정했다. 윤석열 구속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폭도로 돌변해 법원을 침탈한 지 194일 만에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1월18일 공수처 차량을 포위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10명 중 7명에게는 집행유예, 1명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공수처 차량을 가격한 두 명은 각각 2년과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월19일 새벽 법원 경내에 침입해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49명 대부분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8명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2년 이하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른바 ‘19세 투블럭 남’으로 알려진 A씨는 함께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사건 당일 판사실이 있는 법원 7층까지 침입했고, 건물에 불을 지르려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선고 직후 그가 재판정에서 실신하며 잠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피고인은 내내 자신의 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부당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유행어가 있다. 유민무죄, 무민유죄다. 민주당이 힘을 쓰면 무죄, 안 쓰면 유죄라고 한다. 서부지법 사태에서 우리는 민주당과 아무 연이 없어서 서럽고 힘들다. 유민무죄, 무민유죄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만든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들의 변호인 역시 “사법 불신으로 청년들이 불같이 일어났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재판 과정을 거치며 극적인 변화를 보인 피고인도 있었다. 사건 당일 현장에서 유튜버의 매니저로 영상 촬영을 하던 중 체포당했다고 밝힌 C씨는, 재판 초반(3월26일 공판) 보석을 신청하며 “구속수감 후 거의 매일 반성문을 쓰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랬던 그는 두 달 뒤, 대법원 청사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불구속 기소된 사건을 거론하며 ‘종북 단체 회원들과 자유주의자인 자신이 똑같은 행동을 하고도 다른 처벌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 시작했다(5월19일 공판). 최후변론(7월7일)에 이르러서는 현재 24세인 자신의 처지를, 마찬가지로 24세에 고종의 정치를 비판하다 감옥에 갇힌 이승만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을 바로잡아달라”고 당부했지만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사건 당일 법원 청사 안에서 현장을 촬영한 JTBC 소속 리서처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6월16일 공판)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주요 장면으로 남았다. 법원이 신문에 앞서 신변 보호 차원에서 피고인들이 증인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차폐막을 설치할 때부터 피고인 측은 ‘특별대우 아니냐’며 반발했다. 차폐막을 설치하고 증인신문을 실시한 경우는 이례적이 아니지만, 피고인들은 이 조치를 자신들이 받는 ‘불공정 대우’의 상징으로 여겼다.




‘자유민주주의 지키려 했다’ 궤변
이 증인은 당일 경찰 검거 과정에서 신분을 밝히고 풀려났다. 이를 두고 피고인들은 JTBC가 법원 침입이라는, 같은 행동을 하고도 다른 처분을 받았다는 논리를 앞세워 검찰 기소가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직접 증인을 신문할 기회를 요청했다. 증인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의심하며 현장에 함께 있었으면서도 경찰에 체포되지 않은 점 등을 추궁했다. 한 피고인은 차폐막 너머의 증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JTBC 시청률이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피고인 중에는 구독자가 80만인 유튜버도 있다. JTBC는 어떤 능력이 있어서 7층까지 올라간 사람이 증인으로 서고, 왜 1층에 있었던 우리 중 상당수는 이렇게 고통을 받나.”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부터 촉발된 사건인 만큼 재판정에도 윤석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 변호인은 “윤석열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자체가 불법”이라며 “피고인들의 공수처 차량 저지에 대해선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3월31일 공판). 윤석열의 탄핵과 구속이 “자유민주주의를 흔드는 것이었기에 맞섰다”라고 주장하는 피고인도 있었다(5월19일 공판). 변호인과 피고인이 증인에게 윤석열을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를 짚으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6월16일 공판). 심지어 법정에서 변호인의 입을 통해 윤석열이 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던 부정선거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7월1일 공판). 앞서 윤석열이,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관할권’을 문제 삼으며 이의신청을 했듯, 피고인들도 서울중앙지법으로 관할을 이전해달라고 신청하면서 재판 절차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변론이 열린 7월7일에는 변호인단 명단에 이름만 올려두고 그간 보이지 않았던 황교안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황 전 총리는 ‘창당 준비로 인해 바쁘다’라는 이유로 순서를 거슬러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재판장을 향해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죄라면 이들은 유죄다. 하지만 정의를 지킨 것이 죄라면 이 법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피고인들에게 일부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적지 않은 피고인들이 최종변론에서 몸을 한껏 낮췄다. 공판 과정 내내 날 선 발언을 거듭했던 피고인 A는 “방어를 명목으로 무례를 범했다”라고 재판장을 향해 사과했다. 피고인 B는 돌연 재판부와 검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다른 피고인들은 가족·생계·질환을 거론하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와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서부지법 폭동 사건은 법원 바깥에서도 ‘진행형’이다. 서부지법 폭동 재판이 열리는 날마다 법원 정문 앞에는 시위대와 유튜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피고인들을 태운 호송버스가 법원을 진입할 때면 깃발과 손팻말을 흔들며 응원을 보냈다. 일부는 재판 시작 시각이 다가오면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와 방청석 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피고인 측 대표변호사였던 이하상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피고인들을 ‘서부지법 자유청년’이라고 추켜세워 왔다. 이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만든 ‘서부자유변호인협회’는 판결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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