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브 어 라이스데이] 허기만 채우던 고봉밥 ‘이젠 안녕’…입맛 돋울 쌀 찾는다
과거보다 더 적게 더 자주 섭취
음식에 곁들여 먹는 양상 보여
맛·향 등 소비자 취향 공략 필요
단백질 함량 감소 등 품위 제고
‘수확 후 관리’ 수준 향상도 중요


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더이상 단순히 값싼 열량 공급원이 아닌, 풍부한 맛과 향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고급 식재료로 그 위상이 재정립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쌀 산업의 미래는 ‘고품질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품질 쌀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본다.
◆ 쌀 소비 패턴의 변화…‘더 적지만 더 자주’=통계청이 올 1월 발표한 ‘2024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 소비량 감소는 확고한 흐름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미세한 변화가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은 지난해 12월 ‘2025 식품외식산업 전망’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푸드비즈니스랩은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의 ‘일반 밥’ 섭취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2∼2023년 대비 2023∼2024년의 흰쌀밥 섭취 빈도는 4%, 잡곡밥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의 소비자패널 자료를 통해 즉석밥 구매 추세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됐다. 2016년에는 210g 미만 즉석밥의 구매 비중이 27%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43%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지표는 한국 소비자들이 양적인 측면에서는 밥을 과거보다 ‘더 적게’ 먹지만 횟수는 ‘더 자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다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식사 마지막에 밥을 두어 숟가락 곁들여 먹는 식습관이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밥의 지위가 ‘주식’에서 ‘디저트’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쌀의 존재다. 문 교수는 “현재 소비자들은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지만 적게 먹어야 하고, 그래서 이왕 먹을 때 내 입맛에 맞게 먹겠다는 성향을 보인다”며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고품질 쌀’이 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 좋은 밥맛 보장하는 ‘고품질 쌀’ 기준은=고품질 쌀에 대한 정의는 명확히 내려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밥맛’이 중요하다는 데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밥맛을 평가하는 요소는 ▲아밀로스 함량 ▲단백질 함량 ▲젤화 온도 ▲쌀 외관 ▲밥의 향과 보존성 등이다.
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높을수록 푸석거리고 적을수록 찰기가 많아진다. 밥맛이 좋게 평가되는 함량은 16∼18%로 알려졌다. 단백질도 함량이 높으면 밥이 딱딱하게 느껴지고 탄력과 점성이 떨어져 6.0∼6.5%가 좋은 밥맛이 느껴지는 구간이다.
전분이 익는 온도를 뜻하는 젤화 온도는 71∼74℃가 적당하다. 너무 낮으면 쌀이 쉽게 퍼지고, 높으면 설익은 식감을 유발해서다. 쌀 외관의 경우 심복백미(쌀알의 중심이나 외곽이 백색을 띠는 것) 비율이 높으면 밥이 퍼석해지고, 동할미(금이 간 쌀)·싸라기(깨진 쌀) 비율이 높으면 죽밥이 될 수 있어 완전립 비율이 높아야 한다. 여기에 고소하고 담백한 향이 나며, 식어도 쉽게 굳지 않는 밥이 되면 밥맛 좋은 쌀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박현수 식량과학원 품종개발과 연구관은 “밥맛은 주관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며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쌀 품종은 모두 품질이 보장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고품질 쌀 구조 전환 과제는=정부는 지난해 12월 ‘쌀산업 구조개혁 대책(2025∼2029)’을 발표하고 고품질 품종 중심의 생산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올해는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단백질 함량 표시 의무화를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질소비료의 적정 시비로 쌀 단백질 함량을 낮추면 생산량이 조절돼 안정적인 수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품질 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품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진중현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는 “고품질 쌀 논의가 품종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은 품종보다 소비자에게 쌀이 어떤 상태로 전달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저장과 도정·유통 등 각 단계에서 쌀 품질을 유지하는 ‘수확 후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도 보다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영식 전남 해남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많은 품종이 개발됐지만 시장에서 ‘고품질 쌀’로 정착한 품종은 민간이 개발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기후 대응 등 식량안보 관점에서만 개입하고, 고품질 쌀 등 세부 시장 개발은 민간에 맡기는 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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