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 조림 확대에 밀원수직불금이 해법”
국무회의서 이 대통령 발언 후
양봉·임업계 ‘유인책 시급’ 주장
밀원수 관련 입법도 탄력 ‘기대’
“해외서도 정부 보조해 밀원 조성”


최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이후 양봉농가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회의 석상에서 산불 예방을 위해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그간 양봉 생산자단체는 활엽수 가운데 꿀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수(꿀샘식물)를 확대 조성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또한 ‘밀원수직불금’ 도입 논의도 활발했다.
◆ 대통령이 꺼내든 활엽수 조림 필요성=이재명 대통령은 7월29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올봄 산불 원인 중 하나로 침엽수 위주의 조림 관행을 지목했다. 이어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논쟁이 있는 까닭을 국무위원들에게 물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내 산림의 66%가 사유림인데, 사유림 경영인의 주수입원이 벌목이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다음해(2026년) 예산 편성 전까지 과학적 검증을 거쳐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면서 임업인뿐만 아니라 양봉농가가 크게 반색하고 나섰다. 양봉업계는 그간 아까시나무를 비롯한 밀원수가 산불 피해에 강한 활엽수일 뿐 아니라 꿀벌 생태계 유지에도 필수적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밀원수 조림을 확대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현재 산림 정책에는 밀원수를 비롯한 활엽수 조림을 장려할 뚜렷한 유인책이 적다는 게 산주들의 이구동성이다. 정부는 2022년 10월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임업직불제법)’을 시행하며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임업직불금’으로 보상하고 있다. 하지만 직불금 지급 대상에 밀원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은 “임업인들이 나무를 심는 이유는 목재 수확 때문인데, 활엽수는 침엽수와 견줬을 때 곧게 자라는 성질인 ‘직진성’이 부족해 목재 가치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불금 지급 대상에 밀원수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그 범위를 넓히면 산주들이 호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별도의 밀원수직불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임업직불금 지급 대상에 밀원수를 추가한다면 저가를 무기로 들어오는 외국산 꿀과의 경쟁에서 국내 양봉농가가 비교적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베트남산 꿀은 2029년부터 무관세로 들어온다.
◆ 밀원수 관련 법안 발의 잇따라=활발한 입법 동향도 양봉농가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지난해 11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정부가 ‘선도 산림경영단지’를 선정할 때 밀원수 특화단지 조성을 고려하도록 했다. 정부 또한 올 3월 발의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농식품부 장관령 이외에 지방자치단체 조례로도 밀원수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7월24일 ‘임업직불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밀원수 조림 등으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업인 등에게 선택형 직불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은 “양봉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식품부·산림청 등 정부부처에서도 밀원수를 심게 하는 제도를 도입할 법적 근거가 생기므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서도 밀원 조성에 재정 지원=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밀원수와 꿀벌이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를 높이 평가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꿀벌의 공익적 가치 및 양봉 직불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독일·스코틀랜드는 밀원 조성에 정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윤여창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명예교수는 “해외 여러 국가는 산림이 생태서비스에 제공하는 비용을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PES)’ 형태로 정부가 보조하고 있다”면서 “산주와 양봉농가가 공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자생수종 중심의 밀원수 확충을 재정적 지원으로 유인하는 게 해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