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교체’ 방송법 논란… “신군부 위헌 법안과 유사”

양지혜 기자 2025. 8. 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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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칙에 ‘법 시행 3개월 내 바꿔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KBS 지배 구조를 ‘대수술’하는 새 방송법이 공포를 앞두고 있지만 법적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후 3개월 안에 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방송법 부칙을 놓고 법조계 일각에서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법(국보위법) 부칙과 유사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보위법 부칙은 198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違憲) 판결을 받았는데, 방송법 부칙도 같은 위헌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법 부칙 2조는 KBS 이사와 관련해 법 시행 후 3개월 내 새 이사진이 임명될 때까지만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 방송법은 현재 11명인 KBS 이사를 15명으로 늘리고, KBS 임직원, 방송 학회, 변호사 단체 등으로 추천권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법 시행 3개월인 11월 이전에 새 이사진이 임명되면 기존 이사진은 임기가 남아도 강제로 교체되는 셈이다. 이 경우 서기석 이사장을 비롯해 KBS 이사 11명 중 7명은 임기(3년)를 못 채우고 해임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방송법 부칙을 1980년 군부가 임시 입법 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국보위법 부칙과 비교하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군부는 국회를 국가보위입법회의로 대체하는 법을 만들면서 부칙 4항으로 국회 소속 공무원은 법에 의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새 법으로 기존 국회 직원들을 해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칙은 198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소급 입법을 통해 ‘공무원 신분 보장’이라는 기존 헌법 규정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헌법 전문가인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송법 부칙은 신군부 부칙 4항처럼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KBS 이사는 공영방송의 운영을 책임지기 때문에 새 방송법이 이들의 법정 임기를 훼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교수도 “법률상 임기가 보장돼 있는 이사진을 해임하라는 이번 방송법 부칙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이 났던 신군부 부칙과 비견될 만한 조항”이라며 “소급 입법 금지의 원칙과 신뢰 보호 원칙에 비춰 볼 때 방송법 부칙은 위헌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은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를 누구보다도 혐오하는 민주당이 그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나중에 제정된 법이 먼저 제정된 법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 신법(新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여당과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새 방송법이 시행되면 이사뿐 아니라 국민 추천제 등 새 방송법 규정을 적용해 사장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장범 KBS 사장은 2024년 12월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법조계에선 기존 KBS 이사를 해임하는 부칙 2조뿐만 아니라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 전문 채널의 대표와 보도 책임자를 3개월 내 교체하도록 한 방송법 부칙 3조도 논란이 되고 있다. YTN은 유진그룹이 대주주인 민영방송인데, 법을 통해 기업의 인사,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상법 등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YTN의 김백 사장은 방송법 국회 통과가 유력해지자 지난 7월 임기(3년)를 1년 3개월만 채운 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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