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하마스, 끝장 보겠다는 네타냐후

김지원 기자 2025. 8. 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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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軍, 가자지구 75% 장악
‘리더십 공백’ 하마스, 궁지 몰리자
“조건 없이 60일 휴전안 수용할 것”
네타냐후는 ‘완전 점령’ 밀어붙여
1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지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주차된 전차 위에 서 있다./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새로운 휴전안을 수용하면서 22개월째 이어져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 가자지구 식량난 등 극심한 혼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강한 휴전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주축으로 한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섬멸’과 ‘가자 완전 점령’에 대한 계획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18일 BBC에 따르면, 하마스는 전날 이집트와 카타르가 제시한 새 휴전안에 대해 “수정이나 조건 없이 수용한다”는 공식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하마스 고위 관리 바셈 나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하마스는 중재국들의 새로운 (휴전) 제안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그래픽=양진경

하마스가 수용한 새 휴전안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제안했던 안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60일간 교전을 중단하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50명(시신 포함) 중 절반을 두 차례에 걸쳐 석방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납치된 인질 중 약 20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석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영구 휴전에 대한 협상이 이어질 계획이다. 또 가자지구로 향하는 인도적 구호품 반입을 위해 이스라엘군 병력을 이동시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휴전) 조건은 과거 이스라엘이 동의했던 내용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번에도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5월 첫 휴전안을 파기하면서 가자지구 공세를 확대해왔으며, 현재 가자지구 영토의 75%를 장악한 상태다. 그만큼 하마스는 수세에 몰려 있으며, 최고 지도자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등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이를 간파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달 초, 가자지구 북부의 핵심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 점령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궁극적으로는 가자지구 전체 통제권을 확보하고, 하마스를 전멸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든 인질이 한꺼번에 석방되는 경우에만 휴전 협상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이 같은 가자 점령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이날 하마스의 휴전안 수용에 대해 “그들(하마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가 전후(戰後)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완전한 종전’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는 휴전 이후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반면 새 휴전안은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뉴스는 “휴전안은 PA가 감독하는 위원회가 가자를 통치하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려면 정치적 입장에서 큰 선회가 필요한데, 이는 네타냐후가 지금까지 보여온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스라엘 내부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달 초 안보 내각이 가자시티 점령안을 승인한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서 연일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40만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 송환과 가자 전쟁 종식을 요구했다. 지난 1년간 열린 시위 중 최대 규모다. 주요 기업과 대학들도 휴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여기에는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점령을 넘어 영토 합병을 요구하는 극우 강경파와의 연정을 통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CNN은 “연정 극우 정치인들은 전쟁이 끝나면 정부를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하며 휴전 협상의 진전을 번번이 가로막아왔다”며 “가자시티 점령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네타냐후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패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마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가자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 하마스를 패배시켜야 한다”고 했다. 가자 점령 작전에 회의적이던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우리는 곧 다음 단계로 넘어가 가자시티 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이를 하마스가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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