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년 족쇄... 미국과 원전 불공정 계약 논란, 진상 밝혀야

2025. 8. 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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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26조 원 규모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비밀 합의서 내용이 공개됐다.

향후 50년간 우리나라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가 1조 원 이상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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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본계약 성사를 위해 체코를 방문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프라하=왕태석 선임기자

올 초 26조 원 규모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비밀 합의서 내용이 공개됐다. 향후 50년간 우리나라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가 1조 원 이상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원전 수출 발판을 놓는 게 아무리 중요했다 한들,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1월 웨스팅하우스와 작성한 합의문에는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독자 개발한 소형모듈원전(SMR)을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적용됐는지 검증받는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런 퍼주기 합의 배경엔 지식재산권 분쟁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기술에 기반했다며 소송전을 벌여왔다. 원전 세일즈 외교에 적극적이던 윤석열 정부로선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선 분쟁 종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안마다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다툼을 벌이는 대신, 원전 시장을 선점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향후 어렵게 원전을 수주해도 차(로열티)·포(물품·용역) 다 떼고 통상 50% 이상인 현지업체 참여율까지 보장해주면 국내기업이 손에 쥐는 건 미미할 수밖에 없다. 2009년 첫 해외 원전 수출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조차 공사비용이 불어나며 손실로 돌아선 마당이다. SMR 수출마저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감사 등을 통해 당시 합의 과정과 계약 내용을 면밀히 뜯어봐야 한다. 한수원과 한전 이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는 증언도 있는 만큼 정권 외압 여부도 따져볼 일이다. 무엇보다 전 정부가 벌인 일이라 외면 말고 불공정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한 재협상 가능성도 적극 타진해보기 바란다. 향후 50년 국익이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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