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 습설피해 화훼농가 아직도 시름… “피해보상 단 4종뿐”

마주영 2025. 8. 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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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300종 넘는데… 정부 무관심
습설에 무너진 비닐하우스 그대로
작물 대파대 지원도 9개 품목 불과
농식품부 “품목 확대·지원책 노력”

지난해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무너진 화훼농가 온실 비닐하우스가 복구 비용이 부족해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19일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화훼농가 비닐하우스가 폭삭 주저앉은 모습. 2025.8.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9일 오전 11시께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화훼농가는 6천600여㎡에 달하는 온실 비닐하우스 부지가 텅 비어있었다. 지난해 11월 습설이 내리면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닐하우스들이 무너진 탓이다. 온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안에서 자라던 호접란도 모두 얼어 죽었다. 인근에서 같은 피해를 입은 농가도 온실 비닐하우스 부지를 방치해둔 것은 마찬가지였다.

호접란을 재배하는 박승동 한국화훼협회 경기지회장은 “무너진 비닐하우스 잔해를 치운 뒤 온실을 지으려고 마사토를 깔아 땅을 평평하게 다졌지만, 복구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 작업을 중단했다”며 “화훼 농가 대부분이 국가 재난지원금도 모자란 상황에서 농작물 재해보험마저 지원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19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화훼단지에 지난해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무너진 비닐하우스가 복구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2025.8.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기도 내 화훼 농가가 습설이 내린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인정하는 화훼 품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 품목 중 화훼류는 장미, 국화, 백합, 카네이션 등 4개에 불과하다. 해당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 화훼류는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경기도에서 재배되는 화훼 품목만 300개가 넘는데, 지난 2001년 도입된 제도의 지원 품목이 4개라는 것은 정부가 화훼 농가 지원에 무관심했다는 뜻이란 지적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도 정부가 현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화훼단지에 지난해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무너진 비닐하우스가 복구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2025.8.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습설이 내린 지난해 말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 기준에서 농작물 대파대(작물을 다시 심는 비용)가 지원되는 화훼류는 9개 품목이었다.

지원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탓에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지자체가 산정 기준에 없는 품목을 유사 품목으로 분류, 농가에서 피해 금액보다 수천만원 모자란 지원금을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을 32개 품목으로 늘렸지만, 실제 재배 품목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게 농가 설명이다.

이처럼 재난 피해를 복구하기엔 역부족인 정부 지원으로 화훼 농가는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박 지회장은 “모종을 심은 뒤 꽃이 피기까지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온실을 당장 지어도 향후 2~3년은 출하가 어렵다. 화훼 농가는 그동안 수입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기후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서둘러 재난 지원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경우 매년 품목을 조금씩 확대한다”며 “격년마다 지자체를 통해 현장을 찾아 보험화 수요를 조사하는 등 농가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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