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체육 80년-일제치하 마라톤 영웅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손기정 “남승룡 선배는 나 때문에 피해봤다”
“내 금메달이 남선배 동메달 빛 바래게했다”
올림픽 선발전에서는 남승룡 1위,손기정 2위
광복 80주년을 맞은 요즘 체육계는 일제 치하에서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했던 손기정과 남승룡의 행적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1912년 동갑내기이지만 생일은 손기정(10월 9일생)이 남승룡(11월 23일생)보다 한 달여 빠르다.
하지만 필자에게 생전 손기정은 양정고 육상부 선임인 남승룡을 “남선배” “남형”이라고 호칭하며 깍듯한 예우를 갖추었다. 특히 손기정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늘 “남선배는 나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때 74세, 흰색 모시 한복차림의 손기정에게 물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시작하십니까”라는 필자의 첫 질문에 손기정은 “매일 집안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인터뷰가 1986아시안게임, 1988올림픽을 앞둔 시점이어서인지 “우리나라 선수들은 경기력에 앞서 정신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과천 주공아파트로 이사한 손기정 자택을 가끔 방문했는데 대화 중 남승룡 이야기만 나오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나의 올림픽 금메달 때문에 남선배 올림픽 동메달의 빛이 바랜 것 같았다”고 부담스러워했다.

이후 손기정은 한국 체육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방콕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 단장 등 한국스포츠 ‘얼굴’로 활동하면서 1958년 도쿄아시안게임 마라톤 우승의 이창훈(1935~2004)을 사위로 맞기도 했다.
이창훈의 아들 이준승(58)은 현재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에 비해 남승룡은 고향 전남 순천에서 기거하며 전남대 교수로서 1947년부터 1963년까지 대한육상연맹 이사로 활동했고 김해룡(전 대한육상연맹 사무국장) 등 후학 육성에 전념하다 2001년 89세로 타계했다. 2002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손기정이 남승룡보다는 활동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배 의원은 “IOC 홈페이지는 지금까지도 손기정을 일본 국적의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남승룡을 일본 국적의 쇼류 난(Shoryu Nan)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관 부처가 협력해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이 IOC에 조치를 요구했고, 최근 IOC가 이를 수용했다.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참가했던 한국인 선수들은 그동안 IOC 홈페이지에 일본어 이름으로만 기재돼 왔으나 국회와 대한체육회의 요구로 한국 국적과 한국어 이름이 병기된 것이다.
IOC는 또 홈페이지에 “당시 한국은 일본군 점령하에 있었기에 손기정과 남승룡이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일본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해야 했다. 손기정이 남승룡과 함께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으며, 손기정의 올림픽 기록은 일본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09년 베를린 마라톤 참관차 베를린에 갔던 필자는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의 각 종목 우승자 명단에서 ‘키테이 손(일본)’을 확인하고 귀국 후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손기정의 이름과 국적을 바로 잡아야하지 않겠느냐” 지적했었는데 당시 박 회장은 “그 문제에 대해 IOC는 한국 선수의 국적을 바로 잡아줄 경우 일본보다 훨씬 많은 영국, 프랑스 등 식민지국가들의 선수 국적도 모두 바로 잡아야하기 때문에 우승 당시 국적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손기정 남승룡 외에 7명의 올림픽 영웅도 한국인 이름과 국적이 병기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농구에 일본 국적으로 참여했다가 광복 이후 대한농구협회 등을 창립한 이성구와 대한민국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장이진 등이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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