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출입문 수리 요청했다고, 권고사직 당했다… 신한은행 출장소 경비원의 호소
신한은행, 인천대와 ‘주거래 갱신’ 앞둬
갈등 야기 이유로 인사이동 요구
경비업체 “갑의 갑”이라며 타박
A씨, 고용부·연수경찰서에 진정 제기

“건물 출입문이 고장 나 고쳐달라고 요청했을 뿐인데 권고사직이라뇨….”
국립 인천대학교 신한은행 출장소에서 경비원으로 9개월 가량 일한 A씨는 최근 소속 경비 업체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은행과 미용실, 서점 등이 있는 학교 건물의 출입문 자동 센서가 고장 나 문이 닫히지 않자, A씨가 교내 시설팀에 여러 번 수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 계기가 됐다. A씨는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외부 소음과 더위 등으로 불편함을 겪을까 봐 걱정돼 수리해 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은행 측은 경비 업체에 A씨를 인사 이동 조치해달라고 지난달 11일 요구했다. 인천대와 맺은 주거래 은행 협약 기간이 내년에 종료돼 계약 갱신을 위해 애를 써야 할 시기에 A씨가 학교에 민원을 제기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일 은행 한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을 경인일보에 제공했다. 이 관계자는 A씨에게 “혹시 학교에 민원 넣은 것이 있느냐. 내년에 (계약) 갱신이 안 되면 우리 나가야 한다. 이 시점에 지점장이 학교 높으신 분을 만나러 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 화가 났다”고 했다.
같은 달 17일 경비 업체는 A씨와 협의 끝에 그가 직접 사직서를 작성하게 해 권고사직했다. A씨는 무급 대기발령과 재교육을 거친 뒤 다른 지점이나 출장소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소속 경비 업체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도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민원이라는 건 예민한 것인데, 왜 학교 관계자에게 민원을 제기했느냐”며 “우리(경비 용역업체)한테 갑은 은행이고, 은행의 갑이 학교다. 갑의 갑한테 그런 거(민원 제기)를 한 거란 말이다”라고 A씨를 나무랐다. 그러면서 “경비 업종에는 대기발령 등에 대한 절차가 없고, 우리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A씨는 “교내 건물을 함께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출입문이 고장 나 수리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학교 측이 은행 경비원 한 명을 콕 집어 배제해달라고 할 권한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권고사직에 대한 내용은 알지 못하며 업체 측에 A씨에 대한 인사이동만 요구했다”면서 “A씨도 인사이동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선 수긍했었다”고 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19일 “연수경찰서에서 A씨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 관계자의 신원조회를 요청해와 정보를 제공하긴 했다”며 “해당 관계자는 현재 퇴임한 상태이고, 경찰에 사건이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가 속한 경비 업체 측은 “출입문 고장으로 은행 측에 고객 민원이 접수된 사례는 없었으며 A씨는 본인의 불편함으로 인해 회사에 보고도 없이 대학 시설팀 측에 과도한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며 “소속 경비 업체 관계자와 나눈 대화는 직장 상사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며, 회사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경인일보에 의견을 전해왔다.
한편 A씨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신청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은 9월25일 기각됐다.
/정선아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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