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하와이로 떠난 창원 사람들...이국서 번 돈 독립 자금으로
사진신부 70~80% 이상 경남 출신
마산지역 여성 독립운동의 버팀목
“잊힌 독립운동가들 삶 더 찾을 것”

123년 전인 1902년 12월 12일, 대한제국 백성들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시작했다. 121명을 태운 갤릭호 출항을 기점으로 1905년까지 총 65회에 걸쳐 7400여 명이 건너갔다. 그 가운데는 창원 사람도 있었다. 여느 이민자처럼 하와이지역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견뎌냈다.
생존에만 목적을 둔 삶이 아니었다. 훗날 일제에 빼앗긴 조국 독립을 염원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독립투사로 활동했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다만 광복을 맞고도 대부분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하와이에 조선인 묘비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손길이 닿지 않는다. 후손조차 가족 묘비 위치를 알지 못해 방치된 채로 남아있다.
김주용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은 가족 발길이 끊긴 하와이 한인 비석을 찾아다니고 있다. 쪼개지고 흩어진 비석에 남은 한자, 그리고 이민 관련 자료 등을 대조해 탁본까지 뜬다. 이런 방식으로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이자, 독립투사로 살아갔던 하와이 한인 이민자 묘비 1600기를 찾아냈다. 과거 옛 창원, 마산, 진해에 연고를 뒀던 지역민 묘비도 10여 기 확인했다. 2019년부터 국립창원대 박물관이 진행한 '하와이 한인 이민자 연구사업' 추진 성과다.
김 실장은 19일 오전 7시 마산YMCA 110회 아침논단 연사로 나서 그간 하와이에서 찾은 묘비 속 창원 출신 인사를 일부 소개했다. 그는 대표적인 인물로 1904년 5월 20일 이민했던 창원군 성산동(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 일대) 출신 23세 청년 유문찬 씨를 꼽았다.
유 씨는 할머니(당시 62), 어머니(45), 1~12살 사이 다섯 동생까지 모두 8명과 함께 시베리아호에 몸을 싣고 이주했다.

그는 하와이 묘지에서 출신지가 '조선 경상남도 웅천군'으로 표기돼 있거나, 한글과 한자로 '한국 경남 창원 출생', '창원 마산포'라 적인 묘비 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사진 신부'도 거론했다. 사진 신부는 1910~1924년 이민 남성들과 사진 교환 후 결혼한 이주 여성들을 말한다.
"사진 신부들은 남성 노동자들의 가정을 안정시키고, 한인 사회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넘어, 독립운동의 중요한 자금책이자 조직가로서 활약했다. 놀랍게도 사진 신부 약 70~80%가 경남 출신이었다. 그 중심에는 마산 출신의 여성들이 있었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안중근 의사에 독립 자금을 보냈었고, 독립 운동을 안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김 실장은 특히 하와이에서 확인한 박금우(1896~1972), 김공도(1897~1983), 김화진(?~1915)이라는 인물을 언급했다. 이들은 마산 출신으로 이웃이자 친구,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고 한다. 마산 창신학교에서 민족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사진 한 장으로 하와이로 건너가 독립운동 동지가 됐다.
"박금우 씨는 경상도 출신 여성들이 중심이 된 영남부인회를 이끈 여성 지도자였다. 대한부인구제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하와이 여성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창신학교에서 공부한 후 1912년 사진 신부로 김공도 씨와 같이 하와이에 이주했다. 김공도 씨는 교육과 애국에 헌신한 독립운동가이다. 사진 신부로 하와이에 이주해 남편 고덕화의 성을 따 '고공도'로 불렸다. 그는 재미한족연합위원회, 영남부인실업동맹, 애국부인회 등에 참여했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집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2022년 건국포장을 추서했다. 그의 묘는 2025년 국립창원대학교 조사단이 찾았다."
김 실장은 또 김화진 씨 유품 속 필사본에 그간 알려지지 않던 창신학교 교가 후렴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수년 전 하와이에서 창신학교의 '창신기념가'가 발견됐다. 이 기념가는 1913년 안확 선생이 지은 것으로 확인된다. 비록 그녀가 직접 작사하지는 않았더라도, 머나먼 타국에서 교가를 소중히 간직하고 손수 옮겨 적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녀의 남다른 조국애를 짐작하게 한다."
김 실장은 하와이 현지 한인 이민자 묘비를 조사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창원대 이름으로 국가보훈부 경남동부보훈지청에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번 돈을 쪼개 독립 자금으로 보낸 독립운동가 65명을 서훈 신청하기도 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김 실장 행보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하와이 밖 다른 이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로도 눈을 넓힐 계획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쿠바, 멕시코, 미국 본토에도 잊힌 사람이 많다. 마지막 삶의 기록인 묘비가 훼손되고 있다.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삶의 궤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창원대는 조사단을 만들었고, 재외동포청, 독립기념관 등과는 물밑작업을 하는 단계다. 경남도와도 함께하면 좋겠다. 몰랐던 지역 독립운동 이야기가 많다. 그들 삶을 많은 이가 기억해주면 좋겠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