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체코원전 ‘굴욕 협상’ 조사 착수… ‘尹정부 뒤집기’ 논란

권순욱 2025. 8. 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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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한전, 웨스팅하우스와 불리한 계약 의혹
대통령실,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 조사 지시
한수원 사장 “‘불리한’이라는 단어에 동의 못해”
업계, UAE 원전과 비교시 과도한 금액 아니란 지적도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 ‘굴욕 협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이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원전 업계 일부에서는 논란의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뒤집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오전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보도 내용을 포함해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며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해 국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공공기관인 한전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한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다 준수됐는지에 대해 조사하도록 오전 점검 회의에서 비서실장 지시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한수원·한전은 지난 1월 한국 기업이 차세대 원전을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간 ‘글로벌 합의문’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한수원과 한전은 체코 원전 수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 지재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을 보면 논란의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 등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를 위한 최종 계약 과정에서 나왔다.

향후 50년 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의 노형을 개발해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불합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질타하면서 논란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다만 비판의 방향은 서로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아무리 체코 원전 수주가 급했더라도, 웨스팅하우스와 분쟁 해결이 선행됐어야 하더라도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송재봉 의원도 “많은 국민이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화도 난 상태”라며 “이번에 정말 호구 짓을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윤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비밀 계약 내용이 보도된 경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을 향해 “2017년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기술 독립 선언을 하지 않았느냐, 왜 국민을 속였느냐”며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계약은 비밀 유지 협약 준수 의무가 있는 계약인데, 왜 언론에 이런 내용이 나오느냐”며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황 사장은 비밀 유지 의무에 따라 세부 내용에 대한 답변을 피하면서도 “‘불리한’이라는 단어에 동의를 못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답했다.

황 사장은 또 “총액, 퍼센트 이렇게 나눠봤을 때는 마치 웨스팅하우스에 큰 포션(몫)이 가는 것으로 것으로 생각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공급망이 없다”며 “그래서 공급망이 없는 쪽에서 포션을 어느 정도 가져가도 결국 공급망이 있는 쪽으로 의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웨스팅하우스에 일정 비율의 이익을 나누어주고, 향후에도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에 원전 건설을 의뢰하게 되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원전 업계에서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그 정도 비용은 한수원 외부의 어떤 협력업체와 함께 수주하더라도 분담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라며 “원전을 수출할 때 확보되는 20조원 이상의 전체 수주액과 비교해서 보면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는 약 2400억원의 기술사용료와 9000억원의 물품구매계약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원전 수출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원전설계코드, 원자로냉각재펌프(RCP), 원전제어계측장치(MMIS) 등 3가지 부문의 조달을 웨스팅하우스에 의뢰한 바 있다. 이 당시 전체 수주금액인 200억달러 가운데 5~7%를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했다. 당시 환율기준으로 약 1조원으로 체코 원전 계약에서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기로 한 금액과 비슷하다.

UAE 원전 수출과 비교할 때 체코 원전 수출만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체코 원전 수출에 흠집을 내기 위해 비밀자료를 노출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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