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아르메니아 찾아 “잔게주르 회랑 건설 미국 개입 우려”

최우리 기자 2025. 8. 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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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아르메니아를 방문했다.

최근 미국의 중재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평화 협정을 체결하면서 합의한 이란 국경 인근의 회랑 건설과 관련해 미국의 개입 우려를 전달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전 이란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트럼프 길'(TRIPP)로 불리는 육로 회랑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 체결된 협정의 일부"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논의하고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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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협정 결과에
북쪽 국경 맞대고 있는 이란은 긴장·우려
18일(현지시각) 아르메니아를 방문하기 위해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하면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아르메니아를 방문했다. 최근 미국의 중재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평화 협정을 체결하면서 합의한 이란 국경 인근의 회랑 건설과 관련해 미국의 개입 우려를 전달했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은 18일(현지시각)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을 공식 방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전 이란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트럼프 길’(TRIPP)로 불리는 육로 회랑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 체결된 협정의 일부”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논의하고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의 중재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평화협정의 결과, 이란 국경 지역이자 아르메니아 남부를 통과해 아제르바이잔과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이지만 아르메니아를 지나서야만 갈 수 있는 섬과 같은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하는 43㎞의 잔게주르 회랑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동안 양국 사이가 나빠 길을 연결할 수 없었는데 아르메니아가 길을 개방한 것이다. 이번 평화 협정은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서구와 가까워지는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맺어졌다. 미국은 아르메니아로부터 99년 동안 토지를 임대해 개발하고 이 회랑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 회랑의 이름을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의 길(Trump Route for International Peace and Prosperity)로 지었다. 이 회랑이 건설되면 아제르바이잔은 수도 바쿠에서 나흐츠반을 거쳐 튀르키예 카르스까지 연결된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북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유럽, 남쪽으로는 이란이 위치해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다. 코카서스 산맥의 남쪽에 있는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을 남캅카스 3국이라고 부른다. 그래픽 한겨레

다만 이번 결정으로 이란이 난처해졌다.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이란에 우호적인 이웃이다. 그러나 잔게주르 회랑은 이란 북부 국경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이 회랑의 운영권이 미국에게 넘어간다면 이란은 미국이 자국 영토 코앞까지 나타나는 상황이 된다.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도 잔게주르 회랑이 건설되면 이란의 북쪽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을 코카서스(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국가들, 보통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을 가리켜 남캅카스 3국이라 부름) 지역으로부터 분리·고립시키려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잔게주르 회랑이 이어지면 아르메니아로 이르는 길이 막힐 수도 있다. 이란에서 아르메니아를 거쳐 조지아를 통과할 경우 흑해로 나아갈 수 있다. 평화 협정 이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고위 보좌관은 이란이 계획된 회랑 건설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 용병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 협정과 관련해 개입할 수단은 거의 없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관련한 협상 때문에 아르메니아에 군사기지를 두고도 미국의 잔게주르 회랑 건설·운영 계획에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란은 아르메니아와의 교역 규모를 30억 달러로 늘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산업·광산·무역부 장관과 아르메니아 경제부 장관은 두 나라간 경제와 무역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이란 관영 이르나 통신은 전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페르시아 문학에서 묘사하는 아르메니아인들을 설명하며,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왼쪽부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시냔 총리가 8일 미국 워싱턴 디시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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