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세종안성고속도로, 스크류잭 60% 빠져있었다

김미리내, 정지수 2025. 8. 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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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산업, 전도방지시설 72개 임의로 제거 
전방이동 안전인증만 받은 뒤 '불법' 후방이동 
도공·현엔 '계획검토·상시 검측' 관리감독 부실
국토부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정지·등록말소 검토"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 120개 중 72개가 빈 상태"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의 원인이 나왔다. 직접적인 원인은 하청을 맡은 전문건설사가 전도(무너지거나 엎어지는) 사고 방지용 안전시설인 스크류잭과 와이어를 임의로 제거한 것이었다. 거더(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후방 이동에 대해서는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런처(거더 인양·설치 장비)를 뒤로 이동하던 중 런처 지지대에 옆 방향 하중이 발생해서다.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사고 시뮬레이션/자료=국토교통부

①장헌산업, 보고 않고 '안전핀' 제거

19일 국토교통부는 세종안성고속도로 건설공사 중 청용천교 붕괴 사고와 관련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의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밝혔다. 사고는 지난 2월25일 오전 9시50분께 발생했다. 거더 설치 후 런처가 후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런처 아래 거더가 붕괴하며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공사의 발주청은 한국도로공사,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62.5%)과 호반산업(37.5%), 사고현장 공사를 맡은 하도급사는 장헌산업, 강산개발 등이다. ▷관련기사: '장비 철수하다가…' 사고 고속도로 교각, DR거더 연쇄 추락(2월25일)

오홍섭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전도 방지용 스크류잭과 전도 방지 와이어의 임의제거 및 해체, 불안정한 상태의 런처로 인증받지 않은 후방 이동 작업을 수행한 것"이라며 "런처 지지대에 편심(중앙 외 쏠림) 하중이 작용하면서 전도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해석 결과 스크류잭이 제거됐을 경우 모든 변수에서 거더가 전도되는 것으로 해석됐다"며 "스크류잭이 존재했을 경우 모든 변수에서 전도되지 않았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스크류잭과 전도방지 와이어 등 전도방지 시설은 가로보 타설 및 양생 등 거더를 안정화한 후 해체해야 한다.하지만 시공을 한 장헌산업은 작업 편의를 위해 120개 스크류잭 가운데 안정화 전에 72개를 제거하고, 전도방지 와이어도 철근 용접을 위해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위원장은 "(관계자) 청문 과정에서 하수급자 현장 소장(장헌산업)이 시공사에 보고하지 않고 스크류잭 제거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제거 이유는 추가로 확인할 수 없었고 차후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방이동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런처를 후방이동한 점도 사고 주원인 중 하나다. 해당 공사는 런처의 후방 이동이 반드시 필요한 공사였다. 입찰 과정에서도 장헌산업은 런처가 후방으로 되돌아온다고 제안서에 설명했다. 하지만 공사에 이용된 런처는 전방이동 작업만 안전인증을 받았다.즉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19일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오홍섭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미리내 기자

②감독 허술했던 현엔 ③검측 떠넘긴 도공 

하지만 현장에서 장헌산업이 독자적으로 해당 일들을 처리했다고 해도 도로공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발주청인 도로공사 매뉴얼 상 안정화 작업 전 스크류잭을 해체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설치, 관리하는 폐쇄회로(CC)TV가 있었다. 육안상으로는 스크류잭 제거 확인이 어렵지만 CCTV상으로는 제거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사조위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관리하는 CCTV 영상에서 스크류잭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도 관리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며 "제거는 현장 소장이 지시했지만 상시 검측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사조위는 상시 검측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직접감독 주체인 발주청이 자체 매뉴얼을 통해 시공사에 가설구조물에 대한 상시검측을 맡겨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실제 도로공사는 목적물과 주요 공정에 대한 검측만 실시하고 가시설 및 단순반복업무 등은 시공사가 검측하도록 했다. 

가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성 확인도 미흡했다. 가시설물의 구조적 안정성은 시공사가 아닌 곳의 전문가인 기술사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검토는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소속 기술사가 자체 확인 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공사는 장비를 선정하고 이를 반영한 안전관리계획서를 발주청에 제출하게 돼 있다. 발주청인 도로공사가 이를 검토해 승인한다. 즉 시공사가 후방이동작업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장비를 선정해 이를 안전관리계획서에 담았음에도 도로공사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 지자체, 지방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조치할 예정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사고가 3번 있었고, 사망자수도 6명에 달한다"면서 "이번 사고조사 결과와 특별점검 결과, 불법 하도급 점검 등 결과를 종합해 고의성, 과실의 경중, 안전관리 위반 등을 종합 검토해 처분을 결정할 것이며 동절기 특별점검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처벌 수위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각 행정청에서 제재수위가 결정되고 이후 건설사 등의 이의제기 등을 거쳐 4~5개월 후 최종 제재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재 시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호반산업, 장헌산업 등이 각각 시공책임 비중에 따라 책임을 물게 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국토부의 직권처분도 가능하다. 국토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부실시공으로 중대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해 직권으로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3명 이상 사망자 또는 10명 이상 부상자 발생 사고, 붕괴나 전도로 재시공이 판단되는 사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 정책관은 "2022년 이후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개정을 통해 국토부가 사조위를 구성하고 직권처분도 가능하게 됐다"면서 "최대 12개월까지 가능한 영업정지, 등록말소 등은 고의, 요건충족 여부를 따져 국토부 자체 직권처분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현장 사진/자료=국토부

교량공사 기준 개정, 관리의무 강화 등 재발방지책도 

국토부는 사고 후 3일 만인 지난 2월28일 각 분야 민간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를 꾸려 약 6개월간의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현장조사 3회(런처·거더·교량받침 및 전도방지시설 손상상태 확인 등) △관계자 청문 2회 △품질시험(코어채취를 통한 압축강도 시험, 콘크리트 비파괴 검사, 탄산화 깊이 측정, 철근탐사, 스크류잭 성능실험 등) △사고조사위원 간 조사결과 교차 검토 등 14회 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사고 결과에 따라 교량공사 기준을 개정하고, 발주청과 건설사업자의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도 내놨다.

사조위는 시공 계약 때부터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가설 장비 사용 시 장비의 안전 인증 절차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단계별 안전관리 계획서 작성도 의무화하겠다고 제안했다.

가시설 등에 대한 발주청 및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관리감독의무 강화를 위한 기술인력 배치 확대 등 발주청,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설계·시공 측면의 재발방지책도 제안했다. 거더 길이가 증가할 때 횡만곡과 솟음에 취약한 품질 개선을 위해 계측과 시공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도록 표준시방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한편 사조위는 "교대, 교각, 거더 등에 대한 차후 정밀조사를 통해 보수와 재시공 여부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추가 공사 비용이나 지연되는 고속도로 개통시기 역시 아직 추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 직후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사조위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제시된 의견과 권고 사항을 상세히 분석해 회사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조성하는 데 적극 반영하겠다"며 "회사가 지향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다시 세우고 그에 맞는 업무 수행 원칙을 명확히 마련해 안전과 품질, 환경에 대한 진정성 있는 가치관이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전 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재점검해 실질적인 개선과 정비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와 관련한 향후 절차가 마련되는 대로, 안전과 품질, 환경을 최우선에 두고 사업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정지수 (jisoo239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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