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감각을 회복하는 예술적 실천
전남도립미술관, 내달 3일까지 국제전시 개최
장흥 출신 권승찬 작가 등 국내외 총 9명 참여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동시대의 불안과 저항을 사유하는 국제전시가 펼쳐진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 3일까지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를 개최하고 연대의 감각을 예술로 되짚는 실험적 장을 선보인다.
'점유하는 광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 속에서 예술가들이 어떻게 존재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상상하는지를 탐색한다.
전시에는 전남 출신 작가들이 포함된 4명의 한국 작가들과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출신의 해외작가들을 포함해 총 9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해 정치적 격변과 전쟁, 억압, 상실의 조건 속에서 '점유'를 예술적 실천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위기와 억압, 상실의 조건 속에서 '점유'를 존재의 회복과 장소의 재구성으로 풀어내며 그 불안의 중심에 다시 사람들과 모이고, 기억을 나누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광장'의 감각을 불러낸다. 점유는 결국 산산이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다시 연결하고 연대하는 과정이자 공통의 시간과 장소를 회복하려는 예술적 선언이 된다.
전시에서 한국 작가들은 대통령 파면 이후의 사회적 불신과 지역성의 문제를 예술로 사유하며 흔들리는 삶과 기억을 감각적으로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한국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격변 이후 선거를 통해 새 정권이 출범했지만 연이은 대형 화재, 노후 인프라, 사회적 안전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작가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삶과 기억을 감각적으로 회복하는 실천으로 제시한다.

정치적 불안과 표현의 제약이 지속되고 있는 튀르키예의 작가는 침묵당한 몸과 공간을 소환하며 점유를 억압된 존재의 회복과 저항의 제스처로 표현한다.
홍콩은 국가보안법 이후 공공성과 발언의 공간이 축소됐다. 작가는 지워진 장소와 기억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며 점유를 사라진 연대와 시민 감각의 복원 행위로 전환한다.
전시는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세 가지 축을 설정한다. 첫째 '개인은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둘째 '현재 우리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는가', 셋째 '변화의 미래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다. 이 세 축은 고정된 구조로 나뉘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린 개념의 장으로 제시된다. 관람객은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품 간의 시간성과 의미를 교차해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 형태는 공동체와 참여적 예술 실천을 추구하는 대형 벽화 작품을 선보이는 인도네시아 출신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 사진의 시간성과 현실성을 기반으로 사건의 흔적을 추적하는 전남 곡성 출신 이세현, 청년 세대로서 기억과 저항의 맥락을 되새기며 동시대 사회의 감각을 시각화하는 여성 작가 그룹 강수지·이하영(2인 그룹)의 작업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사람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대형 이불 작품으로 광장을 형상화한 이산(본명: 정문성), 인간을 도시적 생명체로 바라보며 동시대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한 중국 출신 진양핑(Jin Yangping), 몸과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존재의 관계성을 영상 작업으로 풀어낸 홍콩 출신 아이작 총 와이(Isaac Chong Wai) 작가가 참여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번 기획전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향한 다양한 연대의 양상과 그 미학적 가능성을 조명하고, 예술을 매개로 형성되는 관계성과 상호작용에 주목해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고 제안하고자 한다"며 "관람객 여러분께 동시대 예술의 흐름과 가치,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