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디지털 중독, 그대로 두면 정신 건강 위험하다”

"아이들이 상담실에 오면 외롭다고 호소해요. 그리고 굉장히 많은 친구들이 심심함을 못 견뎌요. 잠시 부모가 면담하는 10분도 심심하다며 기다리지 못해요. 그런데 그때 부모가 어떻게 할까요? '잠깐만이야' 하면서 스마트폰을 탁 줘요. 그럼 아이는 씩 웃으며 기다리죠."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빠지면서 발생하는 놀이 결핍이 불안과 우울, 나아가 자살 충동과 같은 정신 건강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민선 마주봄심리상담센터 소장은 19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제주의소리]가 함께 진행하는 '2025 학부모아카데미' 열 번째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아이들의 자유 놀이 시간이 줄면서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는 아이들이 신체활동을 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실제로 뛰어노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하는 시간이 곱절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날 오후 2시 제주경제통상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연은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최대 고민인 스마트폰 관련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 친구는 많은데 외롭고 심심해'를 주제로 진행됐다.
김 소장은 제주한라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이자 제주도교육청 학부모 양육코칭 상담전문가, 제주도교육청 위기학생 전담 상담사, 제주지방법원 면접교섭 전문 상담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심리상담 전문가다.
김 소장은 누군가와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냐고 질문하며 '즐거움의 유효기간'에 대해 말했다. 요즘 아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통하고 게임을 통해 성취감도 얻는데 왜 즐거움이 오래가지 않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분비되는 도파민(쾌감)은 비교적 단순한 반복이고 즉각적인 경험이어서 효과는 크지만 유지 기간이 짧아 금새 다른 자극을 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44.5%가 신체활동을 원했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면서 지내는 시간이 주중 5.86시간으로 뛰어노는 시간 2.73시간보다 길었다"며 "놀이 시간이 줄면서 정신 건강이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이 부족이 자살과 우울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다. 어떻게 디지털 세계가 놀이 기반 아동기를 점령하게 됐을까"라며 "디지털 세계는 시각적 자극이 강하고, 중독성이 크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멈추면 불안하다. 그래서 계속 추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문제는 이 같은 손쉬운 자극에 빠지면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력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라며 "창의적 탐색 능력이 떨어지고 놀이를 만들어 낼 힘이 약해지니 혼자 두면 어떻게 할지 몰라 하고 심심함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은 스스로 만들어 낸 자발적 놀이를 통해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충분하게 자신을 표현한다"며 "사고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대신 모래에 파묻고, 용에게 총을 쏘며, 인형을 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놀이 중 뇌에서 긍정적 화학물질이 나와 안정감과 소속감이 향상되고 눈맞춤이나 신체 접촉, 표정 교환 등 직접적 정서 교류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쌓게 된다"며 "함께 노는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적 기반도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과 놀이의 균형을 찾는 방법으로는 △시간과 횟수를 정해 스마트폰 푸시 알림 끄기 △홈 화면에서 SNS 등 앱을 지워 접근성 낮추기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하도록 함께 규칙 정하기 등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함께 횟수나 시간 등을 정할 때 아이들이 동참해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면 잘 지킨다"며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해 성공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