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지원금에 특허 선뜻 양도… 대기업"스타트업 꿈 펼치세요"

국내 대기업들이 '상생'을 전면에 내세우며 스타트업·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상생 모델은 단순한 후원이나 단발성 프로젝트를 넘어 기술 발굴에서 실증(PoC), 사업화, 투자, 그리고 글로벌 무대 진출까지 연결되는 입체적인 지원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C랩', LG의 '슈퍼스타트', 포스코의 '동반성장지원단' 등이 대표적인 상생 사례다.
먼저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가장 참여하고 싶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2018년 사내벤처 육성 모델인 'C랩 인사이드'를 외부로 확대한 이 사업은 지금까지 사내 423개, 사외 536개 등 총 959개 벤처와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올해 8기 모집은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진행됐다. 서울, 대구, 경북, 광주 등 4곳에서 동시에 선발하며 AI(인공지능), 로봇, 디지털헬스, IoT(사물인터넷), 콘텐츠·서비스, 소재·부품, 모빌리티, ESG 등 8개 분야로 확대했다.
혜택도 파격적이다. 지분 요구 없이 최대 1억원 지원금, 전용 업무 공간, 삼성 전문가의 직접 컨설팅, 보유 특허 무상 양도·사용권, CES 등 국내외 전시 참가 기회가 제공된다. 단순 창업 지원이 아니라 삼성 주요 제품·서비스와 연동해 시장에 즉시 진입할 발판을 제공하는 구조다.
실질적인 성과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라이덕은 유산소운동 AI 모델을 '삼성헬스' 앱에 탑재해 맞춤형 건강관리 기능을 구현했고, 핀포인트는 스마트싱스 프로 기반 빌딩 IoT 관리 앱을 삼성과 공동 개발해 성수동 '팩토리얼 성수'에 적용했다.
LG그룹은 2022년 '슈퍼스타트'를 출범해 그룹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구축했다. LG 계열사,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공공기관, 대학 등 외부 파트너와 연결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 개발, 사업 협력, 투자 유치를 이어준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400평 규모 '슈퍼스타트 랩'은 2018년부터 무상 제공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PoC 검증, LG 임직원 멘토링, 해외 액셀러레이팅 연계까지 이뤄진다.
작년 '슈퍼스타트상'을 받은 '모티'는 모터 제어 기술로 바벨 없는 근력운동 기구를 개발했다. LG 임직원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한 뒤 슈퍼스타트 네트워크를 통해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싱가포르 인피니언AP의 글로벌 프로그램에 진출했다.
LG는 스타트업 지원을 지역·문화와 연결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매년 열리는 '컬처위크'는 LG사이언스파크 임직원뿐 아니라 지역 상인도 참여하는 축제로 성장했다. 2022년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은 마곡을 문화·예술·혁신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기술·사업·문화가 융합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계열사 LG화학은 협력사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1061억원 규모 저리 대출 프로그램인 '상생펀드'를 통해 협력회사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과도 1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 프로그램 'ESG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소재 개발 등 협력회사의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 조건도 꾸준히 개선 중이다. 현재 하도급 대금은 월 마감 횟수를 3회로 늘려 마감 후 7일 이내에 100% 현금으로 지급한다.
포스코는 철강업 불황 속에서도 '현장 밀착형' 상생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출범한 '동반성장지원단'은 평균 25년 경력의 사내 전문가로 구성돼 ESG, 스마트공장, 설비·공정 개선, 품질·기술 혁신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표 성과로는 류림산업의 'MES(생산관리시스템)' 도입이 있다. 포스코·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 덕분에 재고·생산·출하 관리가 실시간 데이터 기반 체계로 전환돼 생산성이 향상되고 불량률이 줄어 매출이 12% 늘었다.
성과공유제 성과 사례도 돋보인다. 사내벤처 1기 '이옴텍'이 개발한 슬래그·폐플라스틱 복합재 '슬래스틱' 침목은 포항제철소 철도 현장에 적용돼 내구성과 100% 재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원가 절감과 폐자원 순환, 인프라스트럭처 성능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ESG 모범 사례다. 포스코는 이러한 개선이 납기 준수와 품질 표준화로 이어져 원청과 협력사 모두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공급망 질적 투자'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삼성은 글로벌 전시와 제품 연동 중심, LG는 플랫폼과 문화 거점형 네트워크, 포스코는 제조 현장 체질 개선과 ESG 강화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공통된 지향점은 뚜렷하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실증→사업화→투자→글로벌 진출→ESG 실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상생 생태계'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이제는 단순히 기술만 주고받는 관계에서 벗어나 시장 접근권, 글로벌 네트워크, 브랜드 신뢰도까지 함께 나누는 상생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LG·포스코처럼 실증부터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끌고 가는 상생 모델이 결국 한국 기업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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