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 대표 조선 도시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최근 타결된 관세협상에서 정부가 제안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선점하려는 의도에서다. 마스가는 한국 조선업 주도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현지 조선 인력 양성 및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는 미국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다.
1998년 부동산 사업가로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19일 울산시와 경남 거제시 등 지자체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산업이 지역 경제의 주력인 울산과 거제시가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두 지역을 방문할 경우 산업 외교와 지역경제 도약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울산시는 APEC까지 남은 두 달여 동안 외교부와 산업계, 국회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교 행보를 이어온 울산시는 국제관계대사와 투자유치과를 중심으로 APEC 워킹그룹회의 유치활동 등을 통해 미국 등 각국 대사관을 찾아 울산 조선산업을 알렸다. 특히 지난 3월 주부산미국영사관을 방문해 놀란 바크하우스 영사에게 트럼프 대통령 초청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울산의 경제적 중요성과 산업 경쟁력, 한미 산업 협력 가능성, 방산·해양안보 분야 협력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았다. 이어 지난 13일 외교부 장관과 주한 미국대사대리, 여야 의원 등이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시찰 제안서를 전달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외교부는 물론 경주시에도 해오름동맹 차원에서 울산의 역할을 적극 건의했다”며 “실리형 계획을 수립해 APEC 특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시도 한화오션 방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APEC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화오션 방문 요청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8년 6월 부동산 사업가로서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찾아 대형 요트를 발주한 바 있어 재방문을 기대한다. 거제시가 보낼 서한문에도 1998년 방문 이후 한화오션이 비약적인 성장과 혁신을 거듭하며, 친환경 선박 건조와 첨단 해양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국내 양대 조선소 도시 모두 미 해군 함정정비사업(MRO)이 진행중인 만큼 깜짝 방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방문이 성사되는 조선소는 마스가 선점 외에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경제적 파급력은 물론 도시 이미지 각인 등 엄청난 유무형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