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혼란에 '폐지 청원'까지…"선택권 대신 압박만 커져"
[EBS 뉴스12]
고등학생들도 직접 수업을 골라듣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된 지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맞춤형 교육'이라는 취지와 달리 혼란이 크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국회 청원까지 등장했는데요.
진태희 기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국회에는 고교학점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시간표를 설계하라는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선택권을 제한받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고등학생이 직접 올린 이 청원은 2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인터뷰: 안기백 2학년 / 부산 개성고등학교
"중학교 때는 체스 국가대표라는 꿈이 있었고 또 제가 좋아하는 게 또 3D 프린터거든요. 꿈이라는 게 여러 번 바뀌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이른 시기에 너는 이 진로를 찾아서 이 길로 가야 해 이런 게 저한테는 굉장히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선택과목을 대거 늘렸지만 결국 상대평가 구조가 유지되면서, 점수에 유리한 과목을 고르는 눈치싸움도 치열합니다.
인터뷰: 곽동현 2학년 / 부산 가야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시범운영)
"전교 1등이 뭘 선택했다더라 그러면 거기는 대부분 학생들이 선택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그 과목을 선택을 못 했던 기억이 있고요. 학생들끼리의 갈등과 질투심이 너무나도 급격하게 심해진 상황입니다."
대학들은 '무전공' 제도를 확대하는 추세인데, 정작 학교에서는 학점제 도입 이후 진로를 더 빨리 정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수강 과목을 설계해주는 '컨설팅 학원'까지 성업 중입니다.
인터뷰: 송윤희 고1 학부모 /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당장 내 아이가 고교학점제 선택을 해야 된다고 하니까 저 역시도 정보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더라고요. 컨설턴트들과 학원이 다 연계가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에서 정해준 커리큘럼대로 아이들이 등록을 하다 보면…."
교사들 사이에선 '최소 성취수준 보장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최소 성취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은 미이수 처리되고, 미이수 과목이 누적되면 학년 진급이 막힐 수 있습니다.
교원 3단체 설문조사 결과, 교사 10명 중 7명(74%)은 '미이수'를 막기 위해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거나 점수를 후하게 줬다고 답했습니다.
일부러 쉬운 문제를 많이 출제했다는 응답도 절반이 넘었습니다.
보충 학습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고, 학생이 참여하지 않아 지도를 못 한 경우도 41%였습니다.
인터뷰: 김희정 고교학점제 TF 팀장 / 교사노동조합연맹
"미도달 학생들은 보충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크게 잃고 자퇴를 선택하기도 하면서 오히려 학교 이탈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제도 취지는 살리되, 현장 혼란을 반영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역시 보완 논의를 서두르겠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손덕제 비상임위원 / 국가교육위원회
"고교학점제의 학점 이수 기준을 바꾸려면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행 첫 학기부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혼란을 호소하는 만큼, 현장 목소리를 담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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