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인천의 비 피해를 줄이는 도시계획

인천은 168개 유·무인 도서를 품고 서해안과 한강하구, 갯벌과 저지대를 아우르는 복합지형을 가진 도시다. 이러한 특성은 해양관광·물류 거점에서는 장점이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치명적인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수면 상승, 해안침식, 집중호우와 태풍, 이상고온으로 인한 국지성 폭우는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니다. 특히 매립지와 해안저지대는 강우와 만조가 겹칠 경우 단시간에 침수 위험에 직면한다. 최근 몇 년간 인천 전역에서 발생한 침수·역류 피해는 방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 준다. 도시구조 전반의 기후회복력(resilience) 강화를 목표로 한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올여름 인천은 기록적인 폭우를 겪었다. 7월 말에서 8월 초 서구 원당동과 부평구 산곡동, 남동구 구월동 일부에 시간당 85㎜가 넘는 장대비가 내렸다. 특히 8월 13일에는 덕적도에서 시간당 149.2㎜라는 극한 강우가 기록됐고 중구 운남동, 미추홀구 주안동, 서구 가정동, 계양구 작전동 등에서 주택과 도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남동구 제2배수펌프장도 침수되면서 인근 저지대 배수가 지연됐다. 인천소방본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인천에서만 210건 이상의 침수·시설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피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가 이미 일상적 위험이 됐음을 보여 준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연평균 강수량은 지난 30년간 12% 증가했고, 시간당 50㎜ 이상 강우 발생일은 1990년대 대비 2배로 늘었다. 해양수산부 자료는 인천앞바다 해수면이 매년 3.3㎜씩 상승하고 있으며 2050년이면 현재보다 약 10㎝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인천의 비 피해 대책은 배수펌프 증설, 하수관 확장, 제방 보강과 같은 공학적 방법이 주였다. 단기 피해 경감에는 유효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투수면 확대, 토지 이용 패턴, 하천·배수시설 노후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특히 중·동구, 강화, 옹진군은 지형 특성상 배수 지연이 잦고 계양·서구 일부는 개발 탓에 자연 배수로가 사라졌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이 더해지면 빗물은 펌프를 돌려도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역류 상황을 만든다.
따라서 인천의 기후변화형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물과 공간의 관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침수 회피형 공간 재편'이 필요하다. 저지대 주거지역을 단계적으로 고지대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를 공원, 저류지, 완충녹지로 바꿔야 한다. 특히 인천내항, 수인선 주변, 동구 화수·송현동 일대는 산업부지 재편과 연계한 저류지 조성이 가능하다.
둘째, 물순환 회복형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불투수면을 줄이고 빗물이 도시에서 스며들고 머물도록 LID(저영향개발) 기법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빗물정원, 투수블록, 옥상녹화, 빗물저류조는 주거지뿐 아니라 학교·공공청사·상업지구에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인천시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셋째, 해안 방재와 그린 인프라를 결합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매립지 중심의 인천은 단단한 방파제만으로 한계가 있다. 해안습지·갯벌 복원, 하구 생태계 회복은 파랑·해일 완충 효과를 높이고 탄소흡수원 역할도 한다. 강화 동막·옹진 사승봉도 일대는 습지 복원 시 방재와 생태관광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넷째는 스마트 기후방재시스템 구축이다. 기상청·인천시·군·구·주민이 연결된 네트워크는 골든타임 확보에 핵심이다.
기후위기 시대, 비 피해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도시계획, 토지 이용, 인프라, 거버넌스를 통합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회복력 있는 인천'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후 복구에서 사전 대비로의 전환, 재난 속에서도 삶이 멈추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인천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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