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밥상 오른 모리타니아 문어·세네갈 갈치… 종교·기술·기후변화가 ‘해산물 지도’ 움직인다[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세네갈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축구보다 갈치로 더 유명하다. 모리타니아는 낯선 이름이지만, 문어 때문에 의외로 친숙한 국가다. 여기에 노르웨이 연어까지 더하면, 직접 여행하지 않아도 우리는 젓가락으로 세계 바다를 건너고 있다.
집에서 먹던 세네갈산 갈치를 정작 현지에서는 맛볼 수 없었다. 원산지의 맛이 궁금해 찾아봤지만, 판매하는 식당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대신 갈치를 한국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 갈치는 살이 무르고 보관이 까다로워 선호도가 낮은 생선이었다. 이 때문에 소비 없이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냉동 유통망을 구축해 직접 수출에 나선 사람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네갈에서 국내보다 저렴하게 사들인 갈치는 현지 어민의 소득 향상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었다. 동시에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시장에는 안정적인 공급원이 되었다.
문어는 또 다른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다. 모리타니아산 문어는 세계적으로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먹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모리타니아인의 다수는 이슬람교 수니파로, 그들의 율법에 따르면 비늘 없는 해산물을 먹을 수 없다. 세계 문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정작 문어가 금기인 나라다. 덕분에 한국의 술안주와 잔칫상은 모리타니아산 문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대교의 율법 ‘코셔’는 보다 엄격하다.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해산물은 금지되기 때문에 오징어·문어·새우·게·조개는 모두 제외된다. 종교적 규율이 식탁의 경계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그렇다면 섬나라인 영국은 어떨까. 섬나라인 만큼 해산물을 풍성하게 즐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국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경험했듯, 이 나라에서 대표적인 해산물 요리는 ‘피시 앤드 칩스’가 사실상 전부다. 새로운 조리법이나 식재료에 보수적인 기질 탓에, 외양과 질감이 낯선 해산물 요리가 발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영국에서 잡히는 골뱅이의 90%가 한국으로 수출된다. 같은 재료가 한쪽에선 쓰레기, 다른 쪽에선 별미가 되는 풍경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의 해산물 사랑은 확실히 유별나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해산물 소비량은 63㎏ 정도로 세계 평균(20㎏)의 세 배가 넘는다. 각종 해산물을 회, 구이, 찌개, 숙회로 즐기고, 심지어 김과 미역 같은 해조류까지 매일 밥상에 올린다. 해산물이 특별한 ‘별식’이 아니라 일상 속 기본 메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바다 생태계를 바꾸고 있고, 이는 곧 우리 식탁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제주 앞바다의 생선과 남해안 양식장의 해조류 대신, 먼 남쪽에서 올라온 낯선 어종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해양 생태계 전반이 무너지면, 우리가 당연히 먹을 수 있다고 믿었던 해산물이 ‘희귀 사치품’으로 바뀔 수도 있다. 언젠가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면서 “진짜 바지락이 들어갔다”고 감탄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건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다. 세네갈 갈치에는 냉동유통 기술이, 모리타니아 문어에는 이슬람 율법이, 영국 골뱅이는 입맛의 보수성이 반영되어 우리 밥상에 오른다. 여기에 한국인의 남다른 해산물 사랑이 더해지고, 머지않아 푸드테크로 길러낸 인공 해산물까지 합류할지 모른다. 갈치조림 한 접시, 문어숙회 한 점에 이미 지구촌의 복잡한 사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 한 스푼 더 - ‘착한 슈퍼푸드’로 진화한 김
해산물의 소비를 움직이는 건 종교나 기후변화만이 아니다. 한때는 ‘검은 종이’라 불리며 기피 대상이던 ‘김’이 인식의 변화와 함께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들의 식문화 변화는 곧 우리 김 수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김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저탄소 식품으로 인정받아, 한국을 넘어 지구까지 살리는 ‘착한 슈퍼푸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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