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亞 넘어 아프리카·유럽·남미까지 ‘AI 실크로드’ 깐다[딥시크 쇼크 6개월… AI, 중국을 다시 세우다]
(3) 딥시크 앞세워 과학기술외교戰 <끝>
접근 자유로운 딥시크 오픈소스
비용 저렴해 개발도상국 잠식중
印, 정부차원 딥시크 LLM 적용
남아공, 화웨이+딥시크 서비스
독자개발 베이더우 위성시스템
亞·阿·남미 등 130개국서 활용
물리적 인프라 ‘일대일로’ 넘어
첨단기술·플랫폼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실크로드 프로젝트’ 전략

베이징 = 박세희 특파원
“현재 인공지능(AI) 핵심 자원과 역량은 소수의 몇 개 국가, 몇 개 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기술을 독점하고 통제·봉쇄한다면 AI는 소수 국가와 소수 기업만의 게임이 될 것입니다. AI는 전 인류의 공동 자산이 돼야 하며, 특정 국가의 독점이 돼선 안 됩니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최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우리는 발전 경험과 기술을 세계 각국, 특히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개도국)의 능력 향상을 돕는 데 쓸 용의가 있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다자주의를 내세우는 발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기술 동맹에 맞서는 중국의 ‘과학기술 외교’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中의 과학기술 외교… 대표 선수는 딥시크= 중국은 자국산 AI 툴과 거대언어모델(LLM) 등을 앞세워 ‘과학기술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대표 사례가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다. 챗GPT 성능에 버금가면서도 비용이 저렴하고 코드 접근이 자유로운 딥시크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빠르게 수용됐다. 중국은 이를 통해 기술적 신뢰를 쌓고, 이들 국가와의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은행, 대학 등 다양한 사용자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산 AI 툴과 LLM을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내부적으로 딥시크 모델 테스트에 나섰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주요 데이터센터에 딥시크 모델을 설치했다. 미국 정부가 보안 우려로 일부 정부 기기에서 딥시크 앱 사용을 막았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미국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도 고객들에게 딥시크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 딥시크가 주목받은 직후 딥시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도 다수다.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딥시크 LLM을 자국 서버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데이터센터 기업 요타 등 기업들도 딥시크 챗봇을 자사 서버에 활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딥시크를 적극 활용하며 협력을 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화웨이(華爲) 클라우드와 딥시크를 결합한 AI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다. 비즈니스 전문잡지인 아프리칸 비즈니스는 “비용 효율성이 더 높은 AI 모델인 딥시크는 아프리카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다른 많은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의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사로잡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AI 회사들은 AI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미국의 우월성에 도전하고 있다”고 짚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 AI… 중심엔 ‘디지털 실크로드’= 중국의 AI 기술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대표 사례가 바로 중국의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이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위성위치정보시스템인 베이더우는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약 130개 국가에서 상업용, 군사용, 민간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GPS에 대항해 나온 베이더우는 2020년 전 세계 서비스를 공식 개시한 이후 빠르게 확장됐다.
중국의 감시장비 제조업체 하이크비전(Hikvision·海康威視)과 다화(Dahua)는 전 세계 감시 카메라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 80개국 이상에서 이들 기업의 감시 카메라가 사용됐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이크비전의 캐나다 내 영업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화웨이가 현지 정부와 협력해 AI 기반 모니터링을 통해 도시 교통 관리 시스템을 제공 중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화웨이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서비스가 국가 핀테크 부문을 지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중국의 AI 기업 포패러다임(4Paradigm)이 수력발전소 유지 보수를 위한 AI 시스템을 제공한다.
디지털 농업, 재난 대응 등 분야에서도 중국의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 내 24개 농업 기술 시범 센터를 설립하고 300여 개 신기술을 도입해 농작물 수확량을 평균 30∼60% 향상시켰다. 최근 중국기상국(CMA)은 기후 재난 대응을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인 ‘마주 얼반(MAZU-Urban)’을 지부티와 몽골에 기증했다. 해당 시스템은 이미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 35개국 이상에서 시범 사용 중이다.
중국의 과학기술 외교 중심에는 ‘디지털 실크로드’가 있다. 전통적인 도로·항만 등 물리적 인프라 중심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넘어 AI를 비롯한 중국의 첨단 기술과 플랫폼을 세계 시장에 확산시키는 ‘일대일로’의 핵심 하위 프로젝트다.
중국은 올해 70개 이상의 ‘일대일로’ 공동실험실을 설립해 참여국들과 함께 전략기술, 기후, 농업, 보건, 에너지 등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 6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과학기술 교류대회에서는 ‘일대일로 과학기술 혁신공동체 구축 청두 선언’이 발표됐다.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이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공동 연구 및 기술 개발 추진 △‘일대일로’ 공동 실험실 설립 △AI 및 공간정보기술 분야의 협력사업 시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서구 일각에선 중국의 과학기술 외교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글로벌 리더십 확보 및 정치 이념 전파 등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사상 및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훈련된 AI 챗봇이 발표돼 연구용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이 선전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중국은 LLM과 AI 툴을 새로운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하며,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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