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는 왜 독일군을 반기나…“러시아에 분명한 신호 될 것”

장예지 기자 2025. 8.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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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차부대 여단, 리투아니아 영구 주둔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외교·선의 기대 안 해
유능한 군을 보유하는 게 힘을 통해 협상하는 길”
지난달 25일 찾은 리투아니아 루드닌카이 지역 건설현장 모습. 독일 연방군의 ‘리투아니아 여단’을 위한 기숙사 등 인프라 시설 건설이 한창이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부에서 약 30㎞ 떨어진 루드닌카이 군사 훈련 시설 주변은 한창 땅을 고르고 건물을 올리는 공사로 분주했다. 숲으로 둘러싸인 군사 기지는 인적이 드물고 외부인 방문도 제한됐지만, 지난달 25일 찾은 이곳에선 공사 차량과 현장 노동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독일 전차부대로 구성된 ‘리투아니아 여단’이 병력을 늘려 리투아니아에 영구 주둔하기로 하면서, 이들 독일군을 위한 숙소와 훈련 시설 등 복합 군사 시설을 건설하는 작업이다.

현재 리투아니아에 주둔하는 독일군은 400여명 수준이지만, 2027년까지 주둔 군인만 4800여명으로 늘어난다. 병사와 가족들이 머물 주거 및 교육 등 각종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는 공사가 급선무인 이유다. 루드닌카이에서 1억2500만유로(약 2000억원) 규모 공사를 맡게 된 리투아니아 건설사 에이카는 기한을 최대한 당겨 2026년 초 안으로 시설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4∼25일 찾은 빌뉴스 거리 곳곳에선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하는 황색-청색기와 러시아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빌뉴스의 랜드마크인 대성당 광장과 버스 터미널에선 리투아니아와 독일 국기가 그려진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엔 평화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었다.

독일 ‘리투아니아 여단’으로 불리는 제45기갑여단 주둔 출범식이 열린 지난 5월2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대성당 광장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빌뉴스/EPA 연합뉴스

옛 소련에 합병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를 기회로 삼아 독립한 역사가 있는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은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장하는 국가들이다.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자신들도 공격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한다.

리투아니아 제2 도시 카우나스에 사는 네리우스(50)는 “과거 리투아니아는 큰 군대를 갖는 걸 선호하진 않았지만, 모든 국가는 이제 군사 부문에 더 투자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리에게)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온다면, 그들에게 나쁜 날이 될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중심부와 약 30㎞ 떨어진 루드닌카이Rūdninkai엔 군사 훈련 시설이 위치해 있다. 빌뉴스 광장에선 독일군과 리투아니아군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영구 주둔하게 될 독일 여단에 대한 기대도 높다. 교육 업계에서 일하는 안나(44)는 “빌뉴스에선 독일군 자녀를 위한 유치원도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독일어를 쓰는 교사가 전담 배치된 환경”이라며 “나는 물론 내 주변 사람들도 독일군이 이곳에 온다는 것에 만족하고, 러시아의 공격 위협에서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국가 안보를 크게 의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영구 주둔 병력을 보내게 되는 독일도 이미 나토의 ‘강화된 전방 배치’(EFP·Enhanced Forward Presesnce) 전투단을 리투아니아에 파견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해 나토 동부전선을 지키기 위해 2016년 창설된 이 전투단을 통해 영국과 캐나다도 각각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 군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다음해인 2023년 독일과 리투아니아가 독일 10기갑사단 예하 45기갑여단을 리투아니아에 주둔시키기로 합의하면서, 독일은 발트국가에 가장 많은 자국군을 보낸 나라가 됐다. 리투아니아에 1000명가량의 병력을 보낸 미국보다 숫자가 많아지게 된다. 리투아니아는 발틱 국가에선 처음으로 지난해 말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레오파르트 2 전차 44기 등을 구매하기로 하고, 라인메탈은 리투아니아에 새 탄약 공장을 세우기로 하는 등 독일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고층 건물에 걸린 “푸틴, 헤이그가 당신을 기다린다”는 대형 펼침막.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부터 이곳에 걸린 펼침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바이도타스 우르벨리스 리투아니아 국방부 국방 정책 담당 국장은 지난 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외교나 선의, 협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일도, 10년 뒤도 아닌 당장 오늘 싸울 수 있는 유능한 군을 보유하는 게 러시아와 힘을 통해 협상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나토는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영토 전체를 방어할지에 대한 실전 계획을 갖고 있고, 독일 여단은 나토의 그림의 한 일부”라고 설명했다. 우르벨리스 국장은 “만약 러시아가 도발해 올 경우, 병력이 파견한 지역에 근접해 있는 게 중요한데, 독일군 주둔은 이런 방어 계획의 일부로서 군사적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는) 군사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육군 중심으로 움직이는 러시아 특성을 고려하면, 독일 여단 주둔은 “러시아가 이해하는 언어”로 “러시아에 분명한 신호를 발신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르스텐 브로이어 독일 연방군 합참의장 또한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독일 여단은 러시아에 분명한 신호를 보낼뿐더러, 리투아니아엔 독일을 믿어도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여단 창설이 독일과 국제 사회에 보내는 의미도 강조했다. 브로이어 합참의장은 “리투아니아 주둔은 우리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가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냉전 시기 동맹국들이 분단 독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했듯 이제 독일이 동맹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리투아니아에 서 있다. 이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빌뉴스/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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