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먼저 찾는 사람 ‘일잘러’의 조건[김한솔의 경영전략]

2025. 8.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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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잘러가 되려면 나의 태도가 타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를 계속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



흔히 구매자는 ‘갑’이고 판매자가 ‘을’일 때가 많다. ‘돈’을 가지고 있는 살 사람이 판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힘이 뒤집어질 때가 있다. 바로 판매자가 ‘독점 공급처’일 때다. 판매자는 하나밖에 없는데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혹은 다른 공급처에 비해 압도적 기술력이나 품질력을 가졌다면 열쇠는 판매자가 쥐게 된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본을 가진 사람, 기업으로 치면 ‘경영자’가 구매자로 주로 ‘갑’이 된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 구성원이 공급자로 ‘을’인 셈이다. 그런데 이 역시 공급자, 즉 직원이 ‘독점 공급처’의 지위를 가지면 판이 달라진다. 기업이 ‘모시러’ 오는 인재가 그런 사람이다. 그럼 궁금해진다. 조직 안에서 ‘을’이 아닌 ‘갑’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조직과의 관계에서 독점 공급처가 되기 위한 갖춰야 할 모습, 즉 조직이 탐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의 자질을 드라마 ‘에스콰이어’의 한 장면에서 찾아보자.

 

◆‘일잘러’의 3가지 무기

이 드라마는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신입 변호사’들의 성장기다. 다른 사람들은 갖지 못한 ‘전문 자격증’이 있으니 어느 정도의 ‘독점적 지위’는 가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경쟁 사회에 속한 구성원일 뿐이다. 이들의 활동 반경이 자신과 ‘똑같은’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널려 있는 ‘대형 로펌’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신입 변호사들 사이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는 ‘강효민’(정채연 분) 변호사가 사건, 즉 일을 대하는 모습을 따라가 보자.
 
강효민 변호사에게 처음 떨어진 업무는 ‘도시가스 회사의 주주총회’가 문제없이 진행되는지를 자문하는 것. 큰 고민이 필요없는 일이다. 하지만 ‘신입’의 패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총회에 가기 전 주총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한다. 그리고 총회 자료에서 한 지역만 유독 매출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발견해 해당 기업 담당자에게 묻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주총 절차 자문을 해야 하는 변호사가 궁금해할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냉정한 반응이었다.
 
여기서 ‘일잘러’의 첫 번째 자질이 나온다. 바로 ‘궁금해하기’다. 조직에서 생기는 많은 일 중에 ‘그렇지’라고 이해되는 것도 있지만 ‘왜’라는 의문점이 드는 때도 많다. 업무 결과물에 대한 의아함일 수도 있고 일하는 방식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이걸 그냥 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문을 하며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다. 남과 다른 사람이 되려면 이에 대한 ‘촉’을 세우고 있는 게 필요하다. 모든 변화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해하진 말자. 지금까지의 업무 결과물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라는 게 아니다. 오래도록 유지돼 온 조직의 일 방식에 ‘일단’ 반기를 들자는 것도 아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이유를 알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맥락을 알아야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심적인 불편함’ 없이 행동할 수 있어서다. 
 
‘궁금해하기’를 통해 맥락을 살펴봤을 때 납득이 되면 좋지만 의심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 강효민 변호사가 그랬다. 그래서 직접 조사를 시작한다. 매출이 떨어진 지역에 찾아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다.
 
이 모습이 일잘러의 두 번째 자질 ‘탐구하기’다. 의심이 드는 상황을 ‘그럴 수 있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거야’라고 넘기지 않고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참 힘들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어서다. 좀 더 정확히는 다른 사람들에겐 ‘쓸데 없는 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에겐 ‘꼭’ 풀어야 하는 문제라면 물고 늘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그만큼의 시간을 쏟아야 할 이슈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은 전제돼야 한다. 조직은 구성원의 제한된 시간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중요한데 그 힘을 애꿎은 데 낭비하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판단이 쉽지 않을 땐 혼자 결정하지 말고 주변 동료나 선배에게 의견을 묻는 것도 좋다. 

문제에 대한 ‘촉’을 세워 이슈를 발견하고 이를 ‘탐구’한 뒤 해야 할 일은 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지원자’를 만드는 것이다. 강효민 변호사는 본인이 찾아낸 자료를 근거로 상사들을 설득한다. “왜 그런 일을 했느냐”며 부정적 시각을 가진 상대에게 “‘주총 절차’ 자문을 의뢰 받은 변호인이지만 ‘주총 내용’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똑 부러진 주장에 상사들의 태도가 바뀐다. 그리고 ‘탐구’과정에서 나온 근거 자료를 제시해 상대의 마음을 돌리고 성과로 만들어낸다. 

여기서 찾아볼 수 있는 일잘러의 세 번째 자질은 ‘소통하기’다. 본인의 주장을 설득적으로 구성하는 힘, 논리적으로 설명해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 이게 단순히 ‘말 잘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해당 이슈를 제기한 ‘목적’이 조직에도 필요한 것임을 알리는 것, 이론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나의 생각, 의견을 타인도 받아들이게 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성과와 태도의 균형

여기까진 강효민 변호사가 ‘남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긍정적 요인이었다면 이런 사람들이 종종 빠지게 되는 함정도 살펴봐야 한다. 남과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찾고 탐구를 통해 중요 이슈를 해결하며 주변의 지원을 얻어내 성과로 만들어내는  것. 소위 ‘일잘러’들이 종종 ‘내가 판 무덤’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나에게 꽂힌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목표 때문에 결근과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유는 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다고 과정까지 다 옳다고 판단할 순 없다. 이 상황에서 상사인 ‘윤석훈’(이진욱 분) 변호사는 구성원의 성과를 인정하되 태도에 대해선 “이번 일로 (탐구를 하느라) 무단 결근한 것과 지각이 무마됐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말한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징계 처리를 할 것”이라는 경고도 날린다.
 
조직에서 성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함께’ 일하는 것이다. 나만의 촉을 믿고, 나에게 중요한 것에만 몰입하며, 내 성과만 챙기는 사람과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진짜’ 일잘러가 되려면 나의 태도가 타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를 계속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 더불어 나에게 윤석훈 변호사처럼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찾아보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 이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유가 요구한다고 주어지는 건 아니다. 내가 자유로움을 누릴 만한 사람이 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내가 일을 대하는 모습을 한번 되짚어 보면 어떨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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