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협력 거버넌스 구축…농촌이 바뀐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지역 특산물인 '뒤안마늘'이 전국 곳곳으로 팔려나갈 때 마다 마늘을 생산한 농민 통장에 돈이 바로바로 꽃히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유. 농민은 생산만 허구, 택배는 시(市)에서 책임지고, 판매는 전자상거래가 알아서 하니 이렇게 재미있는 게 없네유. 그동안 생산하면 판매가 제일 큰 문제였는 디 이제는 농사짓는 게 정말 신이 나유"(전북 익산 탑고지마을 강승희 이장)
"예산 전체인구가 8만3000여명 인데 주민들이 이용하는 오프라인플랫폼 '예산해봄센터' 방문객 수가 7만8000여명(누적) 입니다. 누구나 와서 쉬어 가고, 공짜로 시원한 커피도 마실 수 있습니다. 또 가족단위 기념사진도 찍고, 빵이나 과자류도 맘껏 요리할 수 있습니다. 해봄센터가 소통의 중심이 되다보니 인근에 없던 가게도 들어서고, 버스 정류장도 생겼습니다. 예산의 '핫플'이 됐죠"(이경진 예산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장)
'인구소멸 위기'라는 공동의 위기속에 한국 농촌이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지역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 내고,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또 다양한 지역내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해 도시민 등 타지역 주민들을 유입하는가 하면 일자리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가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을 통해 전국 100개 농촌지역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현장의 변화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100개 사업지구(2024년 8월 기준)에서 다양한 민간조직이 발굴·육성되면서 창업 620건, 일자리 5940명이 창출되는가 하면 주민활동가 5400명 양성, 참여 액션그룹 2754개 조직 등 지역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인적자원 구축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들 시·군에 각각 4년간(2018~2022년) 총 7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이중 30% 이상은 민간활동가 양성 및 조직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교육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운영하도록 했다.
또 지역별로 추진위원회, 사업추진단, 행정협의회의 추진체계를 갖춰 민간주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마을별 기본계획 수립부터 사업실행까지 직접 참여함으로써 농촌공간계획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중이다.
전북 익산시는 2019년부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을 추진했다. '마을 전자상거래 고도화'는 익산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꼽힌다. 농산물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에게 농산물 판매에 인터넷을 결합한 마을전자상거래를 통해 농가소득은 물론 '제값 받는' 농산물 판매를 도왔다.

'생산은 농민이, 판매는 익산시가'라는 슬로건을 내건 시(市)는 농가가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농업정보 통계시스템 구축과 중앙 유통거점센터 건립, 고유 브랜드(BI, CI) 개발 등을 추진해 판매와 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공식 온라인몰인 익산몰(www.iksanmall.com) 고도화사업을 통해 농민들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농민 호응도 좋아 사업초기 540개 농가에 그쳤던 입점농가는 1209개 농가(지난 7월 현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 초기 33억원에 머물렀던 판매액도 현재 재22억원(7월기준)을 기록, 올해말 약 43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농촌관광 인증제도 확대 방안으로 '익산 다이로움 시골여행(www.isft.kr)' 플랫폼을 통해 익산의 다양한 볼거리·먹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시골여행이 활성화 되면서 관광객이 3만9300명(2019년 현재·매출액 4억9000만원)에서 7만6000명(2024년 현재·9억7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익산 성당포구마을의 경우, 신활력플러스사업을 계기로 태양광 발전 수익(월 150만원)과 체험·숙박 운영 수익(월 150만원) 등 마을 자체 수익을 활용해 70세 이상 어르신 26명에게 매월 10만원씩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의 경우, '건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지역개발 전략을 마련해 신활력사업을 추진했다. 예산군은 이를 위해 시설 등 H/W(하드웨어) 사업과 제경비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추진단에게 위탁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또 중간지원조직인 행복마을지원센터 직원으로 '신활력 추진단'을 구성함으로써 사업기간 종료후에도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신활력사업의 자율성을 보장받은 추진단은 행정과 유기적 관계속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신활력 추진단이 마련한 프로그램은 주민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쓸모있는 걱정프로젝트'는 주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주민활동팀을 발굴하고 소액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또 주민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30여명의 서포터즈를 조직해 신활력 사업을 알리가는 하면 관내 시내버스를 이용해 사업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마을조사단'을 조직해 관내 324개 마을에 대한 직접 방문조사를 실시, 데이터베이스(마을자원조사 조사표)를 직접 구축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있는 사례였다. 조사단이 구축한 DB는 인적자원, 공간자원, 마을자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있어 지역개발은 물론 신활력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 모든 자료는 일반 주민도 이용할 수 있게 오픈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단체들이 만들어 내는 성과는 컸다. 소득사업 일자리 단체인 '예당다담길 협동조합'은 로컬푸드를 활용한 한식 디저트를 개발해 도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신제품 개발 건수가 52건에 달했고, 온라인 유통 매출액은 85억을 기록했다.
또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수집하는 '따뜻한인터뷰 협동조합'은 지역에서 전해지는 전설, 삶의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10권이상 출판해 온라인 서점을 통해 무료로 보급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은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과 농업인 스스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 지역균형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별 추진단과 액션그룹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전북)·예산(충남)=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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