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문제 80%가 못 풀었다"… '쓸만한 인재' 드물다는 AI 기업들

김태연 2025. 8. 19. 04: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뽑을 사람이 없다는 기업들
GPT 잘 쓰지만 기초수학, 산업 전반 이해는 부족
사회 나오는 인재, 기업이 원하는 인재 '미스매치'
현장선 실전감각 필요한데 학교선 배우기 어려워
자체 교육으로 미스매치 해소와 인재난 돌파 시도
편집자주
기술인재들은 일할 곳이 없다며 외국으로 가고, 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며 해외에서 데려오려 한다. 정부 대책들은 뚜렷한 효과가 안 보인다. 한국일보는 기술인재를 둘러싼 이 '미스매치' 현상을 3회에 걸쳐 심층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들 이력서를 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생성형AI가 그린 그림. 김태연 기자·챗GPT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할 때 수식이나 코드를 짜려면 선형대수 같은 수학이 핵심인데, 신입들의 기초가 약해요."

국내 AI 기업 임원 A씨는 1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신입 직원들에게 자주 보이는 약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직접 화이트보드에 수식을 써가며 반나절 동안 신입들에게 강의까지 했다는 A씨는 "역행렬 계산 같은 수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를 해석하거나 오류를 잡아내기 어렵다"면서 "교과과정에 포함된 내용임에도 실무에 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관심과 지원이 몰리는 AI 분야에서도 사회로 나오는 인재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들어맞지 않는 '미스 매치(부조화)'가 일어나고 있다. AI 인재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고 토로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문제 파악하고 기술 적용하는 능력이 핵심"

유영준 뤼튼테크놀로지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2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취재에 응한 국내 AI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대학 졸업자라면 당연히 갖췄을 역량"이 부족한 지원자를 적잖이 봤다고 했다. 채용 매칭 플랫폼 임원 B씨는 "배열, 연결리스트, 해시 등 간단한 알고리즘 문제를 코드로 풀지 못하는 비율이 80% 가까이 된다"고 귀띔했다. A씨 역시 "지원자 대다수가 GPT 모델을 다뤄본 경험은 풍부하지만, 수학이나 물리 기초는 취약한 편"이라고 했다.

AI 지식이나 코딩 실력을 갖춰도 산업의 큰 그림까지 이해하는 인재는 드물다고도 했다. NC AI 관계자는 "자연어 처리 기술 전문성과 게임·플랫폼 산업 이해를 동시에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AI 기술과 도메인 지식을 융합해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낼 인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가장 바라는 건 실전 감각이다. 유영준 뤼튼테크놀로지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존 기술을 잘 조합해 시장에서 쓰일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손해인 업스테이지 부사장 역시 "고객사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능력이 핵심"이라며 "논문이나 모델 구조를 잘 설명해도 그런 감각을 가진 지원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학을 AI 모델 개발에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야"

세계 13개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2024년 9월 29일 제주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AI 위크'에서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제공

하지만 학교에선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모두 배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턴 기회도 누구나 잡는 게 아니다. 지원자들 사이에선 근무 환경이 해외보다 떨어지는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기업들은 인재 교육에 직접 나서고 있다. 미스 매치 현상을 자체 해소하면서 인재난을 돌파하려는 시도다. B씨는 "기본 알고리즘 이해를 높이고,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게 코딩 실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AI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스테이지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하고 문제 해결 실습을 시킨다. 손해인 부사장은 "문제 정의부터 모델 선택, 파인튜닝까지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무 감각을 쌓는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대학 교육체계 개편을 강조했다. NC AI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배포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는 실습이 포함돼야 업무 적응력이 높아진다"면서 "이론 중심 교육을 넘어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초 학문 보강 역시 시급하다. A씨는 "선형대수나 확률통계 같은 과목은 실제 코드 작성이나 모델 개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면서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산업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