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실험장비 써본 인재 원하는데, 대학은 여전히 이론 중심"
산업체 출신 대학 교수들 5인 인터뷰
"산업 기여보다 학술 성과 중시 경향
목표 구체적인 기업 과제에 부담 느껴
기술 고민 공유하지 않는 기업도 문제"
편집자주
기술인재들은 일할 곳이 없다며 외국으로 가고, 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며 해외에서 데려오려 한다. 정부 대책들은 뚜렷한 효과가 안 보인다. 한국일보는 기술인재를 둘러싼 이 '미스매치' 현상을 3회에 걸쳐 심층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흔히 ‘대학과 산업체는 다른 언어를 쓴다’고 해요.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기술을 바라본다는 거죠.”
LG디스플레이에서 20여 년 일하다 대학으로 온 김욱성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양쪽 모두 협력을 원하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산업체의 애로사항을 전하면 교수들은 처음 듣는다 하고, 아이디어가 좋은 교수들도 기업과 연결고리가 없어 상용화를 잘 못 한다”고 그는 전했다.
김 교수처럼 산업체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기술인재를 둘러싼 '미스 매치(부조화)'를 줄일 수 있는 '키맨'이다. 이들이 기업과의 접점을 늘리면 산업 현장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해외 유출을 줄일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5명은 미스 매치의 주된 이유가 "주요 대학들이 '연구 중심'을 표방하기 때문"이라는 데 의견도 일치했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임용된 전임교원 중 3년 이상의 산업체 경력이 있는 경우는 8,284명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지만, 전체 전임교원이 7만2,385명인 걸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기업-정부 과제 반반도 드물어"
이들은 산업에 기여할 기술보다 학술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걸 대학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서울에 있는 공대의 A교수는 “기업 과제와 정부 과제를 5대 5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 정도도 굉장히 산학협력 비중이 높은 것”이라며 “대학에서는 원천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 과제 수주나 대학의 교원 평가에 논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논문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려는 분위기가 있지만,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내야 한다는 압박은 여전히 교수들을 옥죈다. 기업 과제를 하면 시간을 뺏긴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의 또 다른 공대 B교수는 “산업체 과제는 목표가 구체적이고 중간 점검도 여러 차례라 빡빡하다”며 “이에 부담을 느껴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인식도 미스 매치를 키운다. 이론 수업이 주를 이루고 실무와 거리가 먼 교육이 계속된다. A교수는 “학부 졸업생에게 기업이 기대하는 것은 주로 공학 기초 장비를 다뤄본 경험이라 실험 과목을 골고루 가르치려 하는데, 이론을 중시하다 보니 ‘대학에서 그런 것까지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듣는다”고 귀띔했다.
기술 고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기업의 태도 역시 대학과의 연계를 어렵게 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근무했던 황원태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산업체에서 어떤 기술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알려주면 아이디어를 낼 텐데, 자신들 약점이라 생각해 터놓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교수 연구를 산업체 매칭"... 미스 매치 해소 시도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기업과 대학 양쪽을 이해하는 산업체 출신 교원이 임용되고 있지만, 허들은 여전히 높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서울대로 온 이수연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회사에서는 논문을 별로 못 썼는데, 미국 특허 실적을 인정받아 임용됐다”고 말했다. 특허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도 2010년대부터다.
다행히 미스 매치를 줄이려는 시도가 일부 시작되고 있다. 황 교수는 “서울대는 올해 국방공학센터를 개소했는데, 교수들 연구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산업체 필요에 따라 매칭해보려고 한다”며 “미스 매치를 해소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과 대학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 협력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할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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