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건국 부정은 내란” 정청래가 기름 부은 역사 전쟁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대한민국의 건국 연도를 정부가 수립된 1948년으로 보는 건 “역사 내란”이라고 18일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논란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건 역사 왜곡이자 헌법 전문(前文), 헌법 정신 부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대 이승만 대통령조차 1948년 9월 1일 제1호로 발행한 관보에서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명확히 규정했다”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 내란’이라고 저는 주장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에 건국됐고 이를 부정하면 ‘반(反)헌법 세력’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이번엔 사관(史觀)에까지 내란 개념을 확장했다.
대한민국 건국 시점은 수십 년간 논쟁이 이어져 온 문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국가의 기본 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을 갖춘 건국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때 비로소 이뤄졌다고 본다. 반면 진보 진영과 일부 독립 유공자 단체들은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를 발족시킬 때도 논란이 됐다. 당시 시민 단체들과 야당이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본 ‘건국 60년’ 주장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고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며 이를 각하하기도 했다. 국론 분열로 이어졌던 이 논쟁은 이후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여당 대표가 다시 꺼낸 것이다.
정 대표 발언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선물’이라고 발언한 것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그는 “김 관장의 망언은 참담하다”며 “이는 3·1운동에서 대한민국의 뿌리를 찾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건국 시점’ 문제로 넘어갔는데 정 대표는 “건국절을 1948년 8월 15일로 하자는 속셈은 그 이전엔 나라가 없으니 애국도 없고, 매국도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런 ‘역사 내란 세력’도 철저하게 척결할 것”이라고 했다. “반헌법 세력의 척결만이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김 관장의 기념사가 나온 직후부터 이를 맹비난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자가 독립기념관장이라니 전 세계가 비웃을 일”이라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도 “매국적 궤변”이라며 “이런 자를 보는 것 자체가 역겹고 수치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김 관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보면 민주당 주장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관장은 기념사에서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며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른 것”이라며 “우리 민족은 3·1 운동으로 ‘자주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내외로 다양하게 전개됐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 관장을 상대로 파상적인 ‘역사 공세’를 펴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반일 정서가 강한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한 인사는 “과거에도 민주당 인사들은 지지층 결집이 필요할 때 ‘죽창가’를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내란 프레임’을 건국절 문제로 연결시켰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 관장 사퇴 압박을 고리로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솎아내기 위해 역사 내란 프레임까지 들고 나온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 이후에도 전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이 수십 곳이 넘는다”며 “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장을 사퇴시키는 작업에 들어가는 등 정부가 조만간 관련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정부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같이하는 일명 ‘알박기 방지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정기국회 내에 처리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 법의 취지에 따라 기관장들이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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