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팔 비틀기식 가격 인하… 두 정권 판박이 물가 대책
與 TF 출범 후 B2B 설탕 가격 인하
“외부 개입만으로 가격 통제엔 한계”

지난 7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업계 ‘빅3’는 국내 다른 식품 기업 등에 B2B(기업 간 거래)로 공급하는 설탕의 가격을 차례로 약 4% 인하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는 “자발적 가격 인하에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이 TF는 지난 6월 9일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후 생긴 조직입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TF가 한 달가량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가격이 인하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식품 업계에선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설탕은 B2B 판매 비율이 90%가 넘는 품목인데, “원자재인 설탕이 싸졌으니, 다른 식품 가격도 낮춰야 한다”는 TF의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가격을 잡은 후 식품 가격을 잡는 이런 방식은 이미 식품 업계가 지난 정부 때 경험한 것입니다. 2023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밀가루 업계에 끈질기게 요청한 끝에 대한제분이 주요 제품 가격을 6.4% 인하하게 만든 것이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이후 밀가루를 쓰는 라면, 제과, 제빵 업계에 잇따라 가격 인하를 요청했고, 기업들은 주요 제품 가격을 약 4~5% 내렸습니다.
문제는 시장 외부의 압력으로 안정시킨 물가는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작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국정 동력이 약해지자 식품 업계는 최근까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 라면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2% 오르면서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당시 파리바게뜨, 해태제과 등도 주요 제품의 가격을 5~8% 인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에 관해선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확실히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업계에서는 “둘 다 똑같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서민 경제를 위해 물가 안정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외부 개입만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건 한계가 뚜렷합니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 팔 비틀기’가 아니라,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실력을 기르는 걸 돕는 일에 더 관심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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