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1년 유예라도” 절박 호소, 무시만 할건가

조선일보 2025. 8. 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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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등 경제6단체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개정안 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경총·대한상의 등 경제 6단체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일부 독소 조항의 보완과 시행 1년 유예를 호소하는 성명을 냈다. 21일 시작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입장이 바뀌기 어렵다고 보고, 최악의 상황이라도 피해보자고 나선 것이다.

현재 민주당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수많은 하청 기업 노조들과 일일이 노사 협상을 해야 하고, 해외 공장을 지을 때도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한 조선업의 협력사 비율이 특히 높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만 2420곳, 삼성중공업은 1430곳, 한화오션은 1334곳에 달한다. 선박 한 척 건조에 2~3년 걸리는 조선업은 납기 준수가 생명인데, 중간에 협력 업체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납기 지연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도 1차 협력 업체가 370여 곳이고, 2~3차를 포함하면 5000여 곳에 달한다.

주력 기업들이 미국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짓기로 한 공장도 노조가 반대하면 무산될 수 있다. 대기업이 노란봉투법을 피하기 위해 노조가 없는 협력사에 일감을 넘기거나 아예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중소 협력사들은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다. 부작용의 파장이 해당 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근로자와 가족, 소액 주주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계는 세 가지 쟁점 중 하나인 노조 불법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상한을 시행령으로 정하고 노조원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신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 의무는 없애주고, 해외 투자나 산업 구조조정 같은 사업 경영상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법이 개정되더라도 최소한 1년 이상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했다. 경제계는 “최소한의 노사 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라도 경제계 대안을 수용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 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당정은 이런 중요한 법안을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중국의 급성장이란 격랑을 헤쳐나가기 힘든 우리 기업들에 또 하나의 무거운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 새 정부는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통합과 실용을 강조하며 “모든 것을 혼자 100% 취할 수는 없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가급적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을 하겠다”고 했다. 이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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