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기우제(祈雨祭)

최동열 2025. 8. 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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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 세종대왕은 기우제를 많이 지낸 임금으로도 유명하다.

재위 32년간 무려 200여 회나 기우제를 지낸 것으로 파악된다.

기우제를 지내는 임금의 심정이 실록에 담겨있다.

세종대왕의 마음을 빌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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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 세종대왕은 기우제를 많이 지낸 임금으로도 유명하다. 재위 32년간 무려 200여 회나 기우제를 지낸 것으로 파악된다. 가뭄이 그만큼 심했기 때문이다. 농본(農本) 국가에서, 더구나 논밭의 절대 다수가 비에 의존해야 하는 천수답이라면, 가뭄은 곧 백성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재앙이었다. 따라서 비를 부르는 기우제는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위한 필수 의례인 동시에 가뭄 극복 의지를 천명하는 일종의 사자후였다.

기우제를 지내는 임금의 심정이 실록에 담겨있다. 세종 5년(1423년) 7월 13일의 기록이다. 세종은 종묘와 사직단, 북교(北郊·북쪽 교외)에서 차례로 기우제를 지내면서 제문을 올렸다. ‘먹을 것은 나라의 근본인 백성에게 가장 소중하니, 그것을 잃는다면 무엇에 의지하겠습니까. (중략) 억조창생이 모두 추수를 기다렸는데, 어찌 또 한재(旱災)를 만났는지요. 백성이 굶주리고, 창고도 비었으니, 지금 만약 풍년이 들지 않으면 장차 무엇으로 진휼하겠습니까. 나는 덕이 없어 죄와 허물이 있지만, 백성은 무슨 까닭으로 이런 재앙을 만나오리까. 부디 비를 내리시어 온 천하 사람이 큰 은혜를 입게 하소서.’

가뭄은 한자로 ‘한발(旱魃)’과 통한다. 무서운 존재라는 뜻에서 귀신 이미지를 덧입힌 것이다. ‘칠년 대한(大旱)에 큰비 기다리듯’, ‘가뭄 끝에 단비’,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식으로 가뭄과 관련한 속담·관용구가 우리말에 유난히 많은 것도 가뭄을 그만큼 심대한 재난으로 본 탓이다.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이 역대급 ‘마른 여름’으로 인해 물 부족 위기가 심각하다. 강릉시 최대 상수원인 남대천 상류 오봉저수지는 18일 현재 저수율이 22%대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이다. 더구나 지금은 물 사용량이 연중 최고로 늘어나는 피서철. 부득이 강릉시는 주문진·연곡과 사천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세종대왕의 마음을 빌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걱정이 크니 비를 기다리는 기도도 간절해진다. 그런데 지금 당장 급한 것은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과 대체 수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해법을 찾는 현대판 기우제의 진화가 아니겠는가?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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