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말고 충격 견딜 구조 만들라”… ‘블랙스완’ 쓴 탈레브[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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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곧 끝난단다. 다들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똑같이 말했잖아요." 하지만 1975년 시작된 레바논 내전은 1990년까지 지속됐다.
어린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레바논의 부총리였던 조부조차 전쟁의 향배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예상 밖의 사건들이 전개되는 것을 보며 권위와 지식, 경험, 예측이라는 것에 큰 의문을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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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미국인들에게 불편감을 주는 인물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에게 면전에서 ‘지적인 멍청이(Intellectual Yet Idiot)’라고 부르고, 저명한 현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토마 피케티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등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이쯤이면 그의 특기는 독설이라 할 수 있다.
탈레브는 레바논의 유명한 권세가 출신이다. 파리 제9대학,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를 거쳐 다시 파리 도핀대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돼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 위험을 회피하는 기법을 제시해 실무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후 ‘행운에 속지 마라’, ‘블랙 스완’, ‘스킨 인 더 게임’ 등 일련의 저술로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도 널리 알렸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세상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에 의해 훨씬 더 크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패턴을 근거로 위험을 측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테러, 금융위기, 팬데믹 같은 희귀하지만 파괴적인 ‘블랙 스완’이 발생한다. 이에 탈레브는 정확한 예측이나 위험 관리보다는 예상 밖의 충격을 견뎌내고, 그것을 기회로 삼는 방식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평소에는 작은 손실을 내지만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때 엄청난 이익을 내도록 설계한 옵션을 통해 증시 폭락 시점에 큰 수익을 올렸다.
탈레브는 불확실성과 극단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예상 밖의 충격을 견뎌내도록 하는 구조를 구축해 대응하라는 혜안으로 금융업계 및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희귀 사건을 고려하지 않은 금융상품을 판매해 평소에 높은 보수를 받다가 금융위기를 맞아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경영자나, 각종 훈수를 두다가 결과를 망쳐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 정치인과 지식인을 비난한다. 혜택은 이들이 누리고 피해는 다른 사람이 떠안게 하는 비대칭성, 즉 행동과 책임의 불균형이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게임에 판돈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탈레브의 주장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성공할 때와 마찬가지로 실패할 때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게 해야 전체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럴 때 잘못하는 개인이 탈락하고 사회적 학습이 이뤄져,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강건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탈레브의 주장은 극단적인 위기 자체를 막진 못해도 그 위기에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지혜를 줄 것이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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