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신안교, 잇단 침수] 물길 막은 콘크리트, 빗물 투과 못한 아스콘 포장 합작품
오수, 하천에 쏟아져 악취…분류식 재정비 서둘러야
북구 일대 불투수층 포장이 집중호우 때 피해 키워
'빗물터널' 대규모 토목보단 '물순환' 본질 되찾아야

광주를 덮친 극한호우 피해는 인재(人災)입니다. 자연 하천을 아스팔트로 덮어 물길을 막고, 빗물이 토양층으로 흘러드는 걸 방해해 침수 피해가 반복됐습니다. 행정과 정치권이 땜질식 처방에 매달리는 사이 폭우뿐만 아니라 폭염·열섬이라는 기후재난 위협에 시민들이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복개하천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입니다. 무등일보는 복개하천을 중심으로 한 도시홍수의 근원을 진단하고, 물순환과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회복력 있는 도시를 위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3차례에 걸쳐 공론화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원인은 북구 전체에 있어요. 여기는 결과일 뿐이고요."

이날 동행한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도시·지역개발학 박사)은 이곳의 악취를 가리켜 신안교 일대 반복된 침수가 단순히 빗물을 저류조에 가두고 봉합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광주의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으로 재정비한 다음에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 복개하천 일대는 구도심 지역이 대부분인데 오수를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보내는 형국으로, 슬러지가 하천에 쌓이다 보니 악취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광주 북구의 우오수 분류식 하수관 비율은 2021년 기준 68.8%로, 합류식이 3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광주 복개하천 관로 구조는 박스형이다. 신안교에서 합류하는 용봉천과 서방천 또한 박스형 관로다. 폭우 시 유량을 소화할 수 있는 U자형이 아니라 각진 박스형 우수관로 형태여서 모서리마다 슬러지와 이물질이 쌓인 채 흐름을 방해하면서 병목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길 막는 구조물 곳곳에
신안교는 서방천과 용봉천이 합류해 광주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구간이다. 총 2천464ha에 이르는 서방·용봉천 유역이 복개돼 있어 빗물은 최하류 저지대인 서방천(1.14km)으로 유출되고 결국 신안교 일대가 상습 침수되는 실정이다.
윤 센터장을 따라 신안교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자 수벽이 깨진 채로 있는 등 최근 호우로 인한 상흔이 가득했다. 동시에 빗물이 범람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맞닥뜨렸다.
최근 신안교 일대 주택이 크게 침수된 원인으로 꼽힌 방수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었다. 하천에서 주택가로 범람을 막기 위한 벽이 되레 빗물을 가둔 역할을 했다. 윤 센터장은 역류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눈 앞의 민원만 처리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신안교 아래로 내려가자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각들이 다수 눈에 들어왔는데 윤 센터장은 이 교각들이 물길의 흐름을 막아 피해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각과 함께 이를 지탱하는 기단이 물길의 흐름을 막는 모습이 확연했다.

실제 지난 7월17일 극한호우 당시 북구청사거리에서 전남대, 신안교로 이어지는 용봉로 일대가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윤 센터장과 북구청 사거리 일대 주택가를 찾아보니 물웅덩이가 장판처럼 퍼진 채 흡수되지 못한 모습이다.
윤 센터장은 "광주는 시간당 70㎜ 비에도 침수가 됐는데, 다른 대도시라면 100㎜ 이상이 와야 재난 수준"이라며 "땜질식 대책으로는 답이 없다. 불투수층 포장을 투수층으로 바꾸고, 하수관 분류식 전환과 복개 철거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경우 집집마다 '빗물 침투통'을 둬서 초기 빗물을 지하로 스며들게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반해 여전히 광주가 '대심도 빗물터널'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토목공학적 대책에 기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환경부)는 광주천 일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양동시장 일대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검토 중이다.
한편,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과 광주지방기상청이 제시한 '기후시나리오(RCP 8.5)'에 따르면 향후 고탄소 배출이 지속된다면 2080년 광주의 일일 최다 강수량은 최근 20년 평균보다 40mm 증가한 16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80㎜ 이상 쏟아지는 '침수 경계' 수준의 호우 일수도 연 평균 1.8일→ 2.9일 늘어날 전망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최류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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