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 있다. 전국을 잇다] 별주부전 전설 깃든 사천 비토섬

문병기 2025. 8. 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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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서포면의 작은 비토섬은 '별주부전'의 전설이 스며있는 곳이자 발길 닿는 모든 곳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비토섬은 지세가 토끼와 거북, 학 등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지명 유래 또한 토끼가 날아가는 형태라 하여 '날 비(飛), 토끼 토(兎)'를 써 비토라 했다.
 
월등도 입구에 서 있는 토끼와 거북 조형물
◇별주부전의 전설 유래

비토섬은 조선 중기인 360여 년 전 풍수지리적으로 비토리 천왕봉 산하에 명지가 있다는 전설에 따라 박 씨와 이 씨, 손 씨, 최 씨가 육지에서 이주해 거주하게 되면서 유인도가 됐다고 전해진다.

비토섬은 사천만의 풍요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 속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굴과 바지락, 청정 해역에서 자생하는 전어와 도다리 등 풍부한 해산물을 잡고 농사도 지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터전이다.

비토섬 부근에는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토끼와 거북,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별주부전은 토끼와 거북, 용왕이 주인공이지만, 이곳 전설은 토끼의 아내까지 등장하고 결국엔 모두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하늘에서 본 비토섬 전경.
서포면 비토,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 끝을 생활 터전으로 꾀 많은 토끼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 토끼가 용궁에서 온 별주부(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으로 가게 된다. 용궁에 도착하니 용왕은 병들어 있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이 잡혀 왔음을 알게 된다.

토끼는 꾀를 내어 "한 달 중 달이 커지는 선보름이 되면 간을 꺼내어 말리는데, 지금이 음력 15일이라 월등도 산 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 다시 육지로 데려다 주라고 별주부에게 명한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한 토끼는 달빛에 반사된 육지를 보고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으며, 그 자리에 토끼 모양의 섬, 현재의 토끼섬이 생겼다.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왕으로부터 벌을 받을 것을 걱정해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거북 모양의 섬, 현재의 거북섬이 됐다.

부인 토끼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어 돌 끝 앞에 있는 섬, 목섬이 됐다는 슬픈 사연이다.
 
아내토끼가 아기토끼들과 함께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
◇바닷길 열리는 모세의 기적

별주부전의 무대는 '월등도'이다. 비토섬 내의 또 다른 작은 섬으로 이곳에 들어가야 토끼섬과 거북섬을 만날 수 있다. 월등도의 다른 이름은 '돌당섬'이다. 토끼가 용궁에 잡혀간 후 처음 당도한 곳이라는 뜻에서 '돌아오다' 또는 '당도하다'의 첫머리 글자를 따 이렇게 부르고 있다.

월등도는 서포면 남쪽 끝 목섬에서 500m, 비토섬에서 북쪽으로 200m 해상에 위치해 있다. 평상시에는 바닷물로 인해 배를 이용하지만, 하루 두 번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는 차량을 이용해 월등도를 찾을 수 있다.

월등도에 도착하면 토끼섬과 거북섬이 지천에 있다. 과거에는 두 섬이 토끼와 거북 형상을 또렷이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숲이 우거져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는 두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데크가 해안을 따라 설치돼 있다. 슬픈 전설이 스며있는 섬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묘한 감정들로 인해 시름을 잊게 된다.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갑자기 허기가 찾아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토섬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청정갯벌에서 생산되는 바지락과 굴, 피조개, 낙지는 물론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볼락과 도다리, 전어 등 제철에 잡히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허기진 이들의 배를 채워주기에 조금의 모자람이 없다.
 
월등도(왼쪽)와 토끼섬.
토끼섬을 바라보고 있는 거북섬
◇전설의 섬에서 힐링 체험

별주부전의 무대를 둘러보며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이제부턴 비토섬이 가진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비토섬은 1992년 비토 연륙교가 개통하면서 더는 섬이 아니다. 섬의 매력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다.

섬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비토 연륙교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15분 정도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아담한 크기다. 주변으로는 깨끗한 청정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산책하기 좋은 해안 길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도 이 섬의 매력이다. 대표적으로 비토 해양낚시공원과 비토 국민 여가 캠핑장이 있다.

비토 해양낚시공원은 혼합 밑밥 사용을 금지해 건전한 낚시 문화를 추구하는 유료 낚시터다. 200m가 넘는 해상 보행교를 건너면 매표소 지나 왼쪽으로 300m 남짓한 해안 산책로, 부양식 낚시 잔교 2곳, 해상 펜션 4동이 있어서 누구나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월등도 바닷길이 열리면서 관광객들이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비토 국민 여가 캠핑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시설이다. 캠핑장 내로 자동차 운행이 제한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 좋고,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산책 삼아 둘러볼 수 있다. 일반 캠핑 데크와 글램핑 시설을 고루 갖췄으며, 캠핑장 이름이 토끼, 자라, 용왕, 용궁이라 '별주부전'을 연상케 한다.

용왕캠핑장은 대가족이나 여러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단체 글램핑장으로, 냉난방 시설은 물론 내부에 화장실과 샤워실도 마련했다. 토끼캠핑장에는 토끼와 거북, 물고기 형상을 한 스토리하우스가 있다. 아담하고 깔끔해 비토 국민 여가 야영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특히 이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갯벌이 펼쳐진 해안가와 인접한다. 빛 공해가 없어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다. 조금 걸어 오르면 사천만 바다와 각산, 삼천포대교, 남해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오고, 내려가면 너른 갯벌을 끼고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가 있다.

또 다른 볼거리는 사천 9경의 하나인 비토섬 갯벌이다. 온갖 바다생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생태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아이들의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가 많다. 다맥체험마을과 오토캠핑장, 펜션 등도 잘 갖춰져 있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전설과 힐링'이 공존하는 이곳 비토섬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사천 9경중 하나인 비토갯벌
해양낚시 공원.
국민여가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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