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잠기는 ‘반지하’… 道 이주비 지원 정책 3년째 ‘공회전’

이보현 2025. 8. 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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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 제로 '이주 대책'
지상 이사비 40만 원 지원 턱없고
'침수 인식' 탓 집 거래마저 끊겨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 한숨만
18일 오후 군포시 산본1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한 거주민이 작년 호우 시 침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보현 기자

"지난해 발목까지 물에 잠겼는데 올해도 살고 있어요. 지상으로 이사해 40만 원을 지원받는다고 쳐도, 다음 달, 그다음 달은 또 뭘로 벌어서 월세를 냅니까."

18일 오전 10시께 경기도에서 반지하 주택이 가장 많은 군포시의 한 주택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일용직 노동자 김웅섭(68) 씨는 지난해 호우 때 침수 피해를 겪었지만, 현재 월세를 내기도 빠듯해 지상 이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약 49㎡에 보증금 300만 원, 월세 22만 원 반지하 주택에서 7년째 거주 중이다. 그의 거주지 일대는 반지하 주택이 즐비하지만, 호우 대비 안전장치라고는 배수관에 연결돼 수로의 방향을 만들어주는 간이 배수포, 배수판뿐이다.

상황이 이렇자, 그는 도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하는 반지하 거주민을 위해 40만 원의 이사비를 지원하는 '주거취약계층 이사비 지원 사업'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반지하에 사는 사람 전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매달 40만 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한 번 그 돈을 받자고 이사를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18일 오전 수원 고색동 반지하 주택 전경. 이보현 기자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 고색동 반지하촌. 반지하 주택 거주민 이모(76) 씨는 2022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해당 연도는 고색동 반지하촌 일대가 침수 피해를 겪은 시기다.

침수 이후 그는 이사하려고 약 99㎡에 관리비 없이 전세 7천만 원이라는 저렴한 조건을 내걸고 집을 내놨지만, 2년째 거주지를 바꾸지 못했다.

이 씨는 "이 일대가 비 오면 잠긴다는 인식이 퍼져서인지, 아무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도에서 이사비 40만 원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막상 이사하려 하니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집도 안 나간다. 이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가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의 거주민들을 위해 이사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수원 고색동 반지하 주택 전경. 이보현 기자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서울 지역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며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듬해인 2023년, 반지하 주거 취약계층의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이주비 지원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도는 국토부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거주민에게 최대 40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취약계층 이주비 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은 3년째 목표 사업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실집행률 43.8%, 2024년 78.5%, 2025년(7월말 기준) 54.3%다.

유사 사업과 비교 시 집행률은 턱없이 낮다. 반지하 거주민의 이주 수요를 발굴하고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사업'의 시행률은 2020년 시행 이후 현재까지(2023년 제외) 90% 이상이다.

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목표 사업량을 수요에 비해 과다 배정해 집행률이 저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목표 사업량을 조정해 집행률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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