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초등학교 수학성적이 집값 좌우”...일본에서도 통하는 ‘학군지 불패 공식’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5. 8. 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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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학력평가 공개한 日
성적등급 높은 지역 집값 껑충
수학점수 높을수록 매매가 쑥
산유국 제재 풍선효과는
이란 등 주요 수출국 규제 때
유조선 25% 암거래 뛰어들어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세계경제학자대회는 세계계량경제학회가 5년에 한 번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경제학 학술대회로, 세계 경제학자들의 올림픽 같은 행사다. [이승환 기자]
교육 성취도가 높은 서울 대치동·목동 등지에선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다. 그렇다면 ‘우수 학군이 밀집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한국만의 특수한 양상일까.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우수할수록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나카자와 노부히코 히토쓰바시대 교수와 이누카이 신야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학교 성적 공개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일본의 사례’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 예정이다. 연구 결과, 주택 인근 초등학교 성적이 표준편차상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주택 매매 가격은 2~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4년 정부가 초등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를 금지해왔던 규정을 폐지하고, 학부모가 시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일본 공립초등학교는 시설 및 교사 수준, 예산 모두 큰 차이가 없는 균질적 체제다. 학업성취도 공개 방침에 따라 학부모들이 학교의 학업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경제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가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대회는 5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앤드루 캐플린 뉴욕대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 [이승환 기자]
이번 연구는 일본 도쿄 아다치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지역은 주택 가격, 임대료, 학업성취도 데이터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곳으로 연구진은 제도 개편 전후 주택 시장을 비교 분석했다. 학업성취도 효과는 성적 공개 첫해부터 즉각 나타났다. 학군별 주택 가격 격차가 바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우수한 학군에 속한 지역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됐다고 한다.

임대 시장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0.4~0.6%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시장이 학업성취도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는 장기적 거주를 고려하는 매매 수요자들이 임차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좋은 학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특히 연구 결과 일본어(국어)보다 수학 성적이 좋은 곳의 주택 가격 상승률이 다소 높았다. 전반적인 학업 성과를 고르게 중요시하는 일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문과보다 이과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추가 분석 결과 수학 및 응용 과목 성적이 일본어(국어)와 기초 과목 성적에 비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약간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헤수스 페르난데스 비야베르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리이량 중국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 교수, 프란체스코 차네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석유 수출 제제와 ‘다크 시핑’의 파급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논문은 국제 사회가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제재할 때 원유 수출이 중단되지 않고, 많은 원유가 ‘다크 시핑’ 유조선을 통해 우회 거래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다크 시핑은 선박이 위치 등 항해 정보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항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가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대회는 5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앤드루 캐플린 뉴욕대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 [이승환 기자]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다크 시핑 추적·분석을 위해 AIS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고 지역별 원유 재배분 및 공급망을 고려해 경제 모형을 구축했다. 그 결과 이 기간에 활동한 다크 시핑 유조선은 연평균 555척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전 세계 원유 운송 유조선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논문은 지적했다. 또한 제재국에서 출발한 원유 중 매월 930만t이 다크 시핑 유조선을 통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수입국은 총 1억1700만t을 수입한 중국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점은 한국이 중국에 이어 다크 시핑을 통한 주요 원유 수입국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인도, 이집트, 말레이시아, 일본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논문은 제재를 회피한 원유 거래가 오히려 제제 효과를 약화시켜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석유 제재 효과를 평가할 때 특정 국가의 수출 차단 여부뿐만 아니라 다크 시핑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엑스에서는 해외 석학들이 참가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됐다. 한·미·일 중소기업의 생산성·정책·혁신 등을 다룬 특별세션에서는 후카오 교지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라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좋은 퇴출’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 퍼트리샤 코테스 보스턴대 교수, 제시카 팬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발표를 맡은 노동 시장의 성별 격차를 다룬 세션에서는 육아휴직 제도가 자녀 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책의 한계점과 함께 노동 시장 유연성과 기업의 제도 변화 등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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