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트리핀의 딜레마

경기일보 2025. 8. 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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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오늘날까지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해온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통해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면서 대규모의 달러를 해외에 공급했고 각국은 이를 외환보유액으로 축적하거나 국제 결제에 활용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세계에 통화를 공급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찍어 무역적자를 통해 해외에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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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식 경기지역FTA통상진흥센터장

미국이 오늘날까지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해온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통해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면서 대규모의 달러를 해외에 공급했고 각국은 이를 외환보유액으로 축적하거나 국제 결제에 활용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흐름은 이른바 ‘달러 리사이클링’ 시스템으로 불리며 세계 경제 질서의 근간이 됐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디에서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까.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는 달러 공급을 위축시키고 수요는 여전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유로화,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등의 대체통화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달러가 현재의 유일한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듯 환율도 외환시장에서의 수급 균형에 의해 형성된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축한다면 달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가 달러를 필요로 하지만 미국이 달러 공급을 줄이면 그 역할을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트리핀의 딜레마’는 기축통화국이 근본적으로 안고 가야 할 구조적 모순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세계에 통화를 공급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찍어 무역적자를 통해 해외에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이는 국제 거래와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해 필요한 역할이지만 반대로 통화 남발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미국이 장기간 무역흑자를 유지하면 달러 가치는 안정될 수 있으나 동시에 세계 경제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내 안정을 택하면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달러를 공급하면 미국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구조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스티븐 미란의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2024년 11월 발표한 ‘글로벌 무역 체제 개편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로 미국 무역 및 경제 전략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주목되고 있다. 미란은 지난 50년간 이어진 강(强)달러 현상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강달러는 미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값싼 수입품의 확대는 제조업 쇠퇴를 가속화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미란은 관세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약(弱)달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무역 상대국들이 자국 통화를 절상하도록 압박하고 달러 가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빗대어 ‘마러라고 합의’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했다.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무역 체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기축통화국 미국은 달러의 국제적 공급과 통화가치 안정, 자국 경제의 균형 유지라는 복잡한 과제 앞에 놓여 있다. 트리핀의 딜레마와 미란 보고서가 지적하는 문제들은 앞으로도 미국 경제와 글로벌 무역 체제가 맞닥뜨릴 구조적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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