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콜렉션] 거울 너머 두 거장의 드로잉, 선으로 남긴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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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많으면 하루에도 수십 장씩 셀카를 찍는다.
거울 속 '나'를 마주했던 두 거장의 드로잉 앞에서, 우리는 그 응시의 무게와 함께 자화상이야말로 화가의 삶이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된 장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두 거장의 드로잉이 보여주는 건, 어쩌면 얼굴이 아니라 시대정신(Zeitgeist)과 자기 성찰의 기록이며, 미술관이 지켜야 할 예술의 본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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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많으면 하루에도 수십 장씩 셀카를 찍는다. 하지만 내 얼굴을 공들여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어떠한가. 거울 속 '나'를 마주했던 두 거장의 드로잉 앞에서, 우리는 그 응시의 무게와 함께 자화상이야말로 화가의 삶이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된 장르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인 드로잉 '미상'은 화가 이동훈의 젊은 시절 자화상으로 추정된다. 연필 선이 겹겹이 쌓이며 얼굴의 그림자를 만들고, 둥근 안경 너머 시선은 정면을 꿰뚫는다. 선과 음영이 뒤섞여 단단한 덩어리가 되고, 그 안에 한 시대의 예술가가 품은 사유가 응축된다. 단순한 얼굴 묘사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깊은 질문을 선으로 새긴 셈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달 말까지 '지역 미술 조명사업 II 비상 飛上;'을 개최한다. 섹션2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최종태'에선 최종태 조각가가 그린 서로 다른 결의 자화상 두 점이 전시 중이다. 한 점은 주름과 이목구비를 차분히 쓰다듬듯 그려냈고, 다른 한 점은 최소한의 선으로 표정을 압축했다. 헤라(へら, 조각도) 대신 연필을 들었지만, 선 하나하나가 여전히 조각처럼 단단하다. 평면 위에서도 볼륨이 살아나는 것은 그의 손끝이 '형태를 세우는' 본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모두 드로잉이지만, 각기 다른 표현 방식 안에서 공통된 미학적 가치를 드러낸다. 뮤지올로지 및 소장품 정책이 규정하듯, 드로잉은 회화가 아니다. 또한 회화나 조각과 같은 본 작업의 초안, 또는 단순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의 세계와 정신을 응축한 완결된 작업으로서 여타 장르와 같은 동등한 예술적 가치와 위상을 지닌다. 영원성, 행위자, 인본주의, 객체지향, 신유물론과 같은 개념으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는 특유의 예술적 방법론이 이들 드로잉 속에서 발견된다.
거울 속 정지된 얼굴은 그리는 매 순간 변하고, 선이 멈추는 순간 그림 밖 감정과 사유가 다시 시작된다. 오늘날의 셀카처럼 여러 번 찍고 지워져 결국 납작하게 쌓이는 이미지와 달리, 한 번에 그어진 선 하나가 곧 영원이 된다. 두 거장의 드로잉이 보여주는 건, 어쩌면 얼굴이 아니라 시대정신(Zeitgeist)과 자기 성찰의 기록이며, 미술관이 지켜야 할 예술의 본질일 것이다. 강유진 대전시 문화정책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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