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지시 따랐다” 윤영호 구속 기소...한학자 총재-국민의힘 수사 속도내나
‘김건희 선물’ ‘권성동 정치자금’ 윤영호 의혹, 교단-보수정당 존립으로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보수정당의 존립을 흔들고 있는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종교단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는 교단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고,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선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은 전씨 사건에서 촉발된 윤씨의 선물 제공 의혹을 단순 청탁이 아니라 선거 개입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씨뿐 아니라 그의 직속 상사도 이달 초 특검 조사에서 "윗선의 결재를 받고 진행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되면서, 국민의힘은 물론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에 대한 조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씨, 특검 조사에서 '윗선' 겨냥 발언?…가정연합 측 "그런 사실 없다" 반박
특검은 18일 윤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윤씨가 교단 현안 해결을 청탁하는 대가로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2022년 4월7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7월8일)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7월29일)를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앞서 윤씨와 전씨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서 '통일교의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거론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윤씨는 실제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지난 7월25일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7월30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윤씨는 구속됐다.
윤씨는 그간 여러 차례 조사에서 "'윗선'의 결재를 받고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한학자 총재 등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가정연합 측은 "윤씨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한 총재 비서실장이자 윤씨의 상사였던 정아무개씨도 지난 8일 조사에서 윤씨와 마찬가지로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단 운영 방식상 한 총재의 명령과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가정연합 측은 19일 "정씨는 윤씨의 보고 대상인 상사가 아니다"라며 "정씨는 범죄 혐의와 관련해 윤씨의 앞선 진술대로 한 총재와의 관련성을 의심할 만한 사실을 목격한 사실이 없는 등 그 자신은 특검 조사에서 '윗선'을 겨냥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정씨는 총재 비서실장에서 물러나고, 정씨의 동생(전 세계일보 사장) 등 측근들도 표면적으로는 주요 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는 다른 인물들을 내세워 세계본부장, 통일유지재단, 세계일보 등에 대한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한 총재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씨가 구속 기소되고 정씨도 조사를 받은 만큼 한 총재도 조사를 피할 수 없다는 법조계 관측이 제기된다.

교단의 조직적 정당 선거 개입 의혹
이번 사건은 국민의힘 존립 문제로도 이어졌다. 윤씨가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직전 권성동 의원에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교인을 동원한 의혹이 제기된 게 발단이다. 특검은 지난 13일에 이어 1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원 명부를 확보해 가정연합 교인 명단과 비교 대조해보겠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가정연합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시킨 게 아닌지를 특검은 살펴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씨가 2022년 11월 전성배씨에게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필요하느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전씨가 이에 대해 '3개월 이상 당비 납부한 권리당원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메시지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22년 3월 교단 차원에서 20대 대선 직전 각 지구장들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전달한 뒤, 이를 일부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 등 지역 조직을 지원하게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20대 대선 직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 시절 당원 가입자가 급증한 사실과 관련해 가정연합 등 일부 종교단체의 개입 의혹도 거론되면서, 전씨와 윤씨에서 촉발된 교단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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