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건선’ 앓던 65세男…돌연 겹보임·눈꺼풀처짐 등 근무력증, 왜?

김영섭 2025. 8. 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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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선 환자, 약 150만 명/약효 없다며 10년 간 안 먹고 버티다…덜컥 ‘중증근무력증’ 걸려
살갗이 붉어지고 비듬처럼 벗겨지는 피부병인 건선은 자가면역병이다. 온몸에 생길 수 있지만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하얀 각질과 홍반 등이 많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면 쳐다보기 힘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살갗이 붉어지고 비듬처럼 벗겨지는 피부병인 건선 환자가 뜻밖에 많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의하면 국내 건선 환자는 약 150만 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유병률(약 3%)과 얼추 비슷한 수준이다. 자가면역병인 건선은 근본적인 치료가 쉽지 않다.

건선을 30년 이상 앓은 한 한국 남성(65)은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겹보임)와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으로 약 한 달 동안 고통을 겪었다. 병원을 찾은 그는 매일 오후만 되면 눈꺼풀이 더 처진다고 호소했다. 앞서 환자는 오랫동안 건선 치료제를 썼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담당 의사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약을 끊었다. 최근 10년 동안 건선을 방치한 것이다.

의료진은 신경학적 검사 결과, 왼쪽 제6 뇌신경(외전 신경) 마비를 확인했다. 하지만 고혈압·당뇨병 등 내과질환이 없었다. 팔다리의 근육 쇠약과 감각 이상, 급성 뇌경색이나 뇌신경 장애 및 이상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폐 우하엽(오른아래엽)에 작은 말초 결절(혹)이 있었지만 악성종양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류마티스·갑상샘염 등 자가면역병 환자 약 15%에서 중증근무력증…건선은 드문 편"

그러나 환자의 아세틸콜린수용체 결합항체의 수치(참고치 0.5nmol 미만)가 0.693nmol로 꽤 높았다. 의료진은 각종 검사 결과를 종합해, 이 환자에게 중증근무력증(MG)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 환자는 중증근무력증 탓에, 삶의질 점수와 일상생활 능력점수가 정상인보다 훨씬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경희대병원 의료진은 이 60대 중반의 남성 환자에게 먹는 면역억제제 프레드니솔론(하루에 20mg)과 아자싸이오프린(하루 100mg)을 처방해 복용토록 했다. 환자는 약물 사용 7개월 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게 됐고 건선 증상도 많이 좋아졌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오성일 교수(경희대병원, 신경과)는 "중증근무력증은 만성 자가면역병이며 주요 증상은 골격근의 피로와 약화다. 류마티스·갑상샘염 등 자가면역병 환자의 약 15%에서 중증근무력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건선 환자가 중증근무력증을 보이는 경우는 썩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자가면역병인 건선 환자가 담당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치료를 중단하면 매우 위험하다. 면역억제제 치료를 중단한 지 한참 뒤에 갑자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근무력증 위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사례연구 결과(Successful Treatment of Myasthenia Gravis in a Patient with Long-term Untreated Psoriasis)는 대한신경과학회(회장 김승현·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발행하는 《대한신경과학회지(Journal of The Korean Neurological Association)》에 실렸다.

건선 환자의 피부. 건선 환자는 다른 사람에비해 심장마비·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더 높고, 염증 때문에 심장병·암·장질환·관절염에도 훨씬 더 취약하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선의 홍반·각질…팔꿈치·무릎·엉덩이·두피 등 많이 자극받는 부위에 많이 나타나"

자가면역병인 건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건선은 '면역매개성 염증성 질환'으로 간주된다. 염증이 이 병의 뿌리라는 뜻이다. 건선은 피부가 거무튀튀하게 보이는 증상(색소 침착)이나 반점을 일으킨다. 또한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홍반)과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인설)이 많이 나타난다.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주로 이런 증상을 보인다.

건선이 피부의 10% 이상을 덮으면 중증으로 분류된다. 고강도의 치료가 필요하다. 건선의 대부분은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건선은 면역이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건선관절염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건선 환자는 대사증후군,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높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건선에 걸리면 면역체계의 기능 장애로 염증 세포가 진피(피부 중간층)에 쌓인다. 또한 표피(피부 표면층)에서 피부 세포의 성장 속도를 가속화한다. 이 때문에 건선 환자의 피부 세포는 불과 며칠 만에 성장하고 탈락한다. 일반적으로 피부 세포는 약 한 달 동안에 걸쳐 자라고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겪는다. 각질 세포가 피부 표면에 쌓이면서 불쑥 튀어나온 반점, 각질, 부기, 붉은색이나 색소침착 등 증상이 나타난다.

"건선 환자, 심장마비·뇌졸중 위험 높아…염증 탓에 심장병·암·장질환·관절염에도 취약"

건선은 피부병이지만, 건선에 의한 염증은 온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염증은 심장병, 암, 염증성 장질환, 건선성 관절염 등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생활방식과 식습관을 좋게 바꾸면 건선에 의한 염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을 누그러뜨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선 치료제는 염증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치료제로는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형 생물학적 제제, 먹는 약 등을 꼽을 수 있다.

건선 환자는 염증을 부추기는 초가공식품·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이고 과일·채소 등 항염증식품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건선 증상이 덜 심하다. 적절한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건선 환자가 10주 프로그램으로 몸무게의 약 12%를 줄이면, 건선 증상의 심각도가 50~75%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금연, 음주량 감소, 앉아서 지내는 시간 줄이기, 충분한 수면(성인 하루 7~9시간), 스트레스의 적절한 관리 및 해소 등도 건선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좋다. 건선 환자의 최대 88%가 스트레스를 증상의 유발 요인으로 간주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증근무력증 첫 증상, 겹보임·눈꺼풀 처짐…삼킴장애 일어나면 치명적인 호흡마비도"

한편 중증근무력증은 면역체계의 이상 때문에, 몸을 움직이라는 뇌의 명령 신호가 운동신경에서 근육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병이다. 대부분 환자의 경우 눈 주변이나 팔다리의 근육이 약해진다. 심하면 숨을 쉬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치명적인 호흡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가 가장 흔히 겪는 첫 증상은 겹보임(복시)과 눈꺼풀 처짐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거리 감각이 없어지고 어지러움을 느낀다. 눈꺼풀이 처지면 시야가 가려진다.

또한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움, 팔다리·목 힘의 약화, 숨참, 발음장애 등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해 물이 코로 넘어가거나 심하게 사레가 들리거나, 기침을 잘 못 하거나 숨이 차면 호흡이 마비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건선 치료약 효과 더딘 편…끈기있게 치료받아야, 각종 건강 위험 예방할 수 있어"

의료진은 진찰 결과 중증근무력증이 의심되면 반복신경자극검사, 자가항체검사, 약물검사 등을 거쳐 진단을 내린다. 이 가운데 자가항체검사는 혈액에 중증근무력증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전체 환자의 약 70%에서 정상보다 더 많은 아세틸콜린수용체 결합항체가 관찰된다. 이 항체가 있는 환자의 약 80%에선 흉선비대, 흉선종 등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떤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약물은 복용·투여 수십 분 뒤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면역억제제는 시간이 꽤 지난 다음(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지난 뒤)에 약효가 나타난다. 환자는 참을성을 갖고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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