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계곡은 출입금지” 외치고 30분 뒤, 다른 피서객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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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계곡은 출입 금지입니다. 정리하고 나가주세요."
이들 계곡이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83년 이래 모든 계곡은 출입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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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건배!”
일요일인 지난 10일 오전 북한산 국립공원 삼천사 계곡. ‘계곡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은 나무 울타리 너머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계곡 주변으로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중년 남성 5명이 돗자리를 펴고 족발, 떡, 과일 등을 부려 놓은 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그 곁에 중년 여성 2명은 계곡에 발을 담근 채 대화를 나눴고, 젊은 남녀는 바위 그늘에서 여유를 만끽했다. 이승익(40)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북한산성분소 계장이 외쳤다. “국립공원 계곡은 출입 금지입니다. 정리하고 나가주세요.”
북한산 국립공원 계곡들이 한여름 피서를 즐기는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계곡이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국립공원공단(공단)은 시민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부 예외를 빼면 모든 국립공원 계곡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정한다. 북한산국립공원 계곡 14곳도 마찬가지다. 송추 계곡만 여름철 한시 개방한다. 이를 어기고 계곡에 출입하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겨레가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단속 직원들과 동행한 지난 10일, 삼천사 계곡은 경고와 항의가 맞부딪히는 아수라장이었다. 직원에게 적발된 이들의 첫 항변은 대개 “몰랐다”였다. 단속반은 삼천사에서 출발한 지 5분 만에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가족을 적발했다. 이들은 “출입금지 표시를 못 봤다”고 항의했다. “블로그에서 작년 물놀이 후기를 보고 왔다. 원래 들어올 수 있던 거 아니냐”는 항변도 뒤따랐다. 실제 온라인에는 수십 건의 삼천사 계곡 물놀이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이정만(44) 팀장이 재차 힘주어 설명했다.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83년 이래 모든 계곡은 출입금지입니다.”
‘출입금지’ 규정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히니, 단속 직원을 향한 적반하장도 빈번하다. 이날 한 60대 남성은 “(계곡 출입을 금지할 거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적발과 경고에도 “이것만 먹고 가겠다”며 버티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북한산은 5개 구역으로 나뉘어 각 구역 사무소 직원들이 관리한다. 구역마다 2인 1조를 이뤄 매일 세 차례 단속에 나서지만, 몰려드는 피서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계장은 “산에 올라갈 때 단속을 해도 내려오면서 보면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울타리도, 안내문도 소용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도 한 차례 계도가 이뤄진 장소에 30분 만에 다른 피서객이 자리를 잡았다.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삼천사 계곡에서만 14팀(89명)이 적발됐다.
국립공원 직원들과 전문가들은 ‘계곡은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서 하루 빨리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엄홍길 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는 “일반 시민은 취사나 야영 금지, 출입금지구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국립공원 관리 공단이 나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2010년대 ‘쓰레기 되가져 가기’ 캠페인 등이 시행되며 “국립공원에 쓰레기를 버려선 안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했고, 쓰레기 투기는 국립공원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계곡을 오르내리며 피서객들과 실랑이하던 이정만 팀장이 희망을 걸며 말했다. “쓰레기는 하나도 못 봤죠? 시민 의식이 성숙해서 그래요. 계곡 출입금지도 시민들이 문제라고 인식만 해주면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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