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이는 전체 기념사의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문장만 떼어내 왜곡한 전형적인 오독 사례다. 김 관장이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른 것입니다"라고 바로 뒤에 덧붙였기 때문이다. 즉, 광복을 바라보는 두 가지 역사적 관점(세계사적 관점과 민족사적 관점)을 소개하고, 우리 사회 갈등에 '광복'에 관한 역사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국민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발언이 왜곡되고 논란으로 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에는 문해력(文解力) 저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 글의 배경과 문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까지 포괄한다. 이번 논란은 글의 표면적 의미만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문장 간의 논리적 연결성이나 발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비극이다.
김 관장의 기념사를 둘러싼 비판은 이러한 문해력이 부족할 경우, 어떻게 공적인 메시지가 왜곡되고, 부당한 낙인이 찍힐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일부는 세계사적 해석을 소개했다는 점을 간과한 채, 곧바로 발언자의 역사관으로 단정해 버렸다. 학문적 시각을 소개하는 행위와 그것을 주장하는 행위는 엄연히 다르다. 이는 단어의 의미에만 집착하고, 그 배경과 의도를 헤아리지 못하는 문해력 부족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번 기념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긴 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맥락보다는 자극적 표현에 즉각 반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SNS 시대에 사람들은 단문(短文)이나 쇼츠(짧은 유튜브 동영상) 등 짧은 메시지에만 익숙해져,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담론을 왜곡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문제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조차 발언의 맥락을 간과하고 자극적인 문장만을 부각하는 것은 문제다. 이는 결국 건전한 공론장을 해치고, '가짜 뉴스'의 유통을 부추길 뿐이다.
김 관장의 기념사 헤프닝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문맥을 읽는 힘'을 상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적신호다. '선물'이라는 단어 하나로 전체 발언의 의도가 뒤집히고, 발언자가 역사 왜곡의 주범처럼 몰리는 현실은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스스로 '가짜뉴스' 바이러스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단어와 문맥의 중요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甚深)한'을 '지루하다'라는 의미로 오해해 크게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또한,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추후 공고'를 '추후 공업고등학교'로 오해하는 어휘력 문제를 넘어, 글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는 문해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논란이 언론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기사화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언론도 문해력 논란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문장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맥락과 의도를 읽어내는 데서 시작된다. 이번 논란이 우리 사회가 문해력의 중요성을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일부의 오독과 과잉 반응이 공적 담론을 왜곡하고, 의미 없는 소모전을 반복하게 해선 안 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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