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장비만 착용했다면"…광주·전남 인재(人災) 잇따라

임지섭 기자 2025. 8. 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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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강경 대응 예고에도
추락·감전 등 사고 빈번 발생
현장 ‘빨리 빨리’ 문화 고착에
산안법 처벌 규정도 유명 무실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필요"
광주·전남 산업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장비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 수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와 현장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인재(人災)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ChatGPT 생성

광주·전남 산업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장비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 수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와 현장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인재(人災)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구 화정동 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는 승강기 설치작업을 하던 작업자 A씨(40대)가 아파트 3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당시 A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10일엔 전남 고흥군 두원면의 한 새우 양식장에서 베트남 국적 A 씨(33)와 태국 국적 B 씨(29)가 바닥 청소 중 깊이 3.5m의 수중펌프장에 들어갔다가 감전돼 변을 당했다. 이들 역시 절연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8일에도 전남 영암군 부품 생산 공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안전모는 착용했지만, 추락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재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럼에도 장비만 착용했다면 막을수 있었던 인재(人災)들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구 지급 및 착용 지시 등의 규정을 어기면 최대 5년의 징역 또는 5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안전 장비를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것까지 사업주의 의무인 것이다.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근로자도 300만원 이하 과태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산업 현장 내 안전 수칙을 가벼이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 현장 내 '빨리 빨리' 문화가 만연한 탓으로 분석된다. 공사 기한이나 작업 마감 시간에 맞춰 일을 빨리 끝내려는 관습이 자리잡은 것이다. 의무 사항인 안전 교육 역시 작업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형식적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광주 평동산단 내 제조업체 관계자는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분위기가 작업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와 기본 수칙을 망각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산업 재해 '사각지대'로 불리고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재를 받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된 안전교육, 안전관리보험 체계 구축도 의무 사항이 아니다. 또 영세작업장의 경우 외국인, 고령 근로자가 많아 안전 교육 등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의 한계, 고령 근로자는 오랜 작업 습관 등으로 안전 수칙을 놓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적극적 감독과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소·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안전 관리가 이뤄지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등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