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독도 강치' 게놈 해독

이동욱 논설주간 2025. 8. 18. 17: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울릉도의 산물로 '가지어(嘉支魚)'가 등장한다. 정조실록에도 '가지어(可支魚)'가 기록돼 있는데, 이는 바로 강치(바다사자)를 가리킨다. 강치를 옛날에는 '해려(海驢)'라고 했다. '려(驢)'는 '나귀'를 뜻하는 한자로 매끈한 몸매가 당나귀를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갖가지 불려지던 이름으로 봐서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던 선조들의 눈앞에 강치가 떼 지어 노니는 장관이 펼쳐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일제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강치는 울릉도와 독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 강치가 다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독도 해역에서 발굴된 강치 뼛조각 16개에서 DNA를 추출해 게놈을 해독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독도 강치가 약 200만 년 전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분리돼 독립적인 종으로 진화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국제학술지에 당당히 'Dokdo sea lion'으로 실어 '독도 강치'의 이름을 명확히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학원의 분석 결과 멸종 직전까지도 독도 강치는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자연적인 개체의 쇠퇴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남획이 멸종의 원인이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4만 마리 가까운 강치가 독도와 울릉도에 살았다.

독도 강치의 게놈 해독은 단순한 학술 성과를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라는 상징성을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이 '다케시마' 운운하며 역사 왜곡을 하고 있어서 국제학술지에 'Dokdo sea lion'이란 이름이 실린 것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영토 선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독도 강치의 복원이다. 정부가 2007년 독도 강치 복원계획을 내놓았지만 20년이 다 돼가도록 성과가 없다. 강치 유전체 완전 해독을 기반으로 가장 비슷한 종류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나 갈라파고스 바다사자와의 비교 분석을 통한 복원 작업을 추진하면 될 것이다. 독도 강치 복원은 우리 땅의 잃어버린 생명체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또 다른 민족사의 회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