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광주산단](4)中企 지원정책 실효성 ‘물음표’

정희윤 기자 2025. 8. 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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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다각적 지원에도 실질적 도움은 미미
서류·심사 복잡, 정량평가 중심 장벽 높아
대구 등 현장 밀착 지원으로 실행력 높여
업체 "업종별·현장성 강화 시급" 강조

광주광역시는 자동차, 광산업,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도시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력난, 자금난, 기술 혁신의 압박이 삼중고로 작용하며 많은 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광주지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내수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급속한 디지털 전환 요구와 ESG 경영, 탄소중립 정책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일부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마트 제조, 그린뉴딜, 디지털 혁신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남도일보는 광주지역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남구도시첨단산업단지·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선 "체감이 낮다"는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자금 접근성, 실행 속도, 업종 특화 부족 등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으며, 타 지역과의 정책 성과 격차도 드러나면서 지원정책의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AI 기반 산업고도화 지원사업 ▲중소기업 R&D 지원 ▲청년창업 지원 ▲스마트 공장 보급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전국단위로 ▲정책자금 융자(창업·운전·시설) ▲스마트공장 구축 ▲수출바우처 지원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폐업 소상공인 재기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기업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은 미미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하남산단의 한 기계가공업체 대표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신청하려 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컨설팅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현장 맞춤형 설계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서류 요건, 심사 절차, 집행 기간 등 행정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량적 평가 중심의 기준은 영세 기업들에게 큰 진입장벽이 되고 있으며,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지원에서 소외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지역의 한 기업인은 "시행되고 있는 다수의 정책들은 필요한 기업일수록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실제 필요한 곳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광주와 유사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던 대구·전북 등 일부 지자체는 실행력 높은 정책 추진으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웃 도시인 전북 익산시는 2018년, 노후 산업단지에 '산단 스마트화'를 선제 도입하고, AI·빅데이터 기반 공정 개선 프로그램을 지자체 예산으로 직접 운영하며 기업 참여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달빛동맹의 대구는 중기부의 '2025년 지역특화 제조데이터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국비 60억 원을 확보, 지역 제조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AI 모델 추천 ▲시뮬레이션 ▲챗봇 기반 기술 실증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데이터 실증-기술개발-AI 확산-표준 기반 정착까지 이어지는 종합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며,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 수준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단순한 예산 지원이 아닌, '속도·현장 밀착·사업 연계성' 중심의 전략으로 정책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방향 전환과 현장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량 중심의 평가에서 탈피하고 업종별 맞춤형 제도 설계와 실행 속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지역 기업 대부분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인력·자금·기술이라는 세 가지 핵심 역량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술 도입 이전에 기업의 '전환 준비력'을 진단하고, 이를 연결해줄 중간지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