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범죄자냐?”...청소년 차별 부추긴 ‘제주교통복지카드’ 현장 술렁

박성우 기자 2025. 8. 18. 17: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무상지원 '외국인 가정 청소년' 제외...현장 박탈감 표출

제주특별자치도가 도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중교통 무상정책이 의도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외국인 등록 자녀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차별을 야기한 모양새다.

제주시에서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글로벌센터를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학생교통복지카드와 관련한 민원을 하소연했다.

제주도는 지난 3월부터 6~12세 어린이의 버스요금을 전면 무료화했고, 8월부터는 13~18세 청소년 4만여명을 대상으로 '제주교통복지카드'를 통한 무상정책을 확대했다. 그러나 카드 발급 요건이 '주민등록'에 묶여 있어 외국인 등록 청소년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존에 교통지원금 형태로라도 지원되던 것이 교통복지카드 발급과 동시에 끊기며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이주 여성들에게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앞으로는 교통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인데 누구는 지원이 되고, 누구는 지원이 안된다고 하니 문제가 없을리 없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A씨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도 있고, 중도 입국자도 있고,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지만, 대부분 제주에서 잘 정착하고, 일을 하며 세금도 착실히 내는 이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청소년 대중교통 무상 지원 근거가 된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 대중교통지원 조례'가 규정한 청소년은 '제주도내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사람'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광범위하게 포함시키기 위한 정의였지만, 반대로 학교 안의 다문화 학생들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조항이 됐다.

한국인이 외국인 배우자와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민등록 신고 없이 외국인 신분을 유지할 경우 주민등록법상 내국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부의 자녀도 외국인등록 대장에 오르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국인 자녀는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니지만 초등학교 입학 자격은 주어진다.

단순히 경제적인 부담 문제만은 아니었다. 자녀들이 또래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게 이들의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한 학생은 친구에게서 "네 교통카드는 왜 안찍히냐, 범죄자냐?"라는 타박까지 들어야 했다. 농담처럼 주고 받은 대화이지만, 민감한 청소년기에 큰 상처가 됐다.

A씨는 "자녀가 멀쩡히 잘 다니고 있던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친구들끼리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며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지원을 못 받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를 하면서도 자녀들이 차별을 받는 것에는 분노하기 마련"이라고 대변했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외국인 가정은 2019년 203명에서 2024년 391명으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자의 증가로 각급 학교마다 다문화·외국인가정 학생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은 현행 정책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현재 교육청과 제주도는 교육행정협의회 안건으로 이 사안을 올려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실무 협의에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만 내렸고,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제주교통복지카드 발급 관련 관계자는 "조례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원 근거가 없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긴밀한 협조를 통해 조속히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