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LA 레전드’로 향하는 손흥민…8년 연속 ‘원톱 질주’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이태준 기자 2025. 8.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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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인]
손흥민, 대한민국 전체 영향력에서 국회의장보다 순위 높아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16.8% 지목률 얻고 3위로 수직 상승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를 읽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6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이 또 1위를 기록했다. 8년 연속이다. 시사저널이 매년 창간 기획으로 발표하고 있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2025년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인' 1위에 손흥민이 변함없이 우뚝 섰다. 일반 국민 조사와 전문가 조사에서 모두 73.0%의 압도적인 지목을 받았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영향력이 굳건함을 보여준다. 

손흥민 ⓒAFP연합

그의 영향력은 비단 스포츠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전체 영향력에서도 일반 국민 조사에서 5위(7.4%)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6위였다. 전문가들에게서도 높은 지목을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공동 7위(5.0%)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장보다 더 높은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축구 최고 무대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021~22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던 손흥민은 EPL에서 올해 10번째 시즌을 소화했다. 2024~25 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며 11득점, 12도움으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그의 간절한 소망이었던 트로피를 지난 5월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들어올리며 그는 토트넘의 레전드로 기록되었다.   

물론 손흥민에게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캡틴으로 팀 내 절대적인 존재였던 손흥민은 리그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등 입지가 다소 흔들렸고, 그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경기 외적으로도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와 연인 사이였다고 밝힌 한 20대 여성과 다른 40대 남성으로부터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사건이 공론화되며 손흥민도 불가피하게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그를 다시 웃게 만든 소식은 미국으로부터 나왔다. 미국 프로축구 리그  소속 로스앤젤레스(LA)FC 이적이 확정되면서다. 유럽을 떠나 새로운 도전지인 미국으로 가게 됐다는 그의 신변 변화에 축구인들의 눈이 MLS(Major League Soccer)로 쏠렸다. 8월10일 시카고 파이어(Chicago Fire FC)와의 경기를 통해 미국 팬들을 처음 마주한 손흥민은 데뷔전에서 30분 동안 슈팅 3회, 정확한 패스 6회를 기록하며 필드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상대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에 승점 1점을 보태는 존재감도 뽐냈다.

이적료만 300억원대…유니폼 판매량도 2위 

손흥민이 여전히 세계적 축구선수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MLS 무대에 오른 역대 최고의 선수 10명을 선정했는데, 손흥민이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그 예다. LAFC에 입단한 뒤 손흥민의 유니폼 판매량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MLS 전체 2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돼 리더십을 증명했던 손흥민.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최대 2650만 달러(약 369억원)를 받은 손흥민의 활약을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이 이번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전문가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 5위(7.2%)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이강인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11.8%의 지목률로 5위에 랭크됐다. 지난해에도 그는 전문가에게서 6.6%의 지목을 받아 5위를 기록했고, 일반 국민 조사에서 11.0%의 지목을 받아 4위를 기록했다.

김연아-박지성 '건재'…안세영, 첫 10위권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피겨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 여제' 김연아와 EPL 최고 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하며 손흥민 등 후배들의 길을 터준 '산소탱크' 박지성은 은퇴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전문가 조사에서 각각 22.6%와 10.6%의 지목을 받아 각각 2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에서도 김연아는 2위(37.6%), 박지성은 4위(14.4%)에 랭크됐다. 경기장을 떠났음에도 이들이 한국 스포츠계에서 변함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 배경에는 체육 행정과 사회 전반에서 남다른 모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감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김연아는 은퇴 후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서 기부와 캠페인 활동을 이어가며 국제 아동 구호와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박지성 역시 JS Foundation을 운영하며 청소년 축구대회 개최와 선수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 선수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인 이정후는 전문가 조사에서 14.8%의 지목률로 3위에 올랐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16.8%로 역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일반 국민 조사에서만 순위권 안이었다. 2017년 고졸 신인으로 바로 국내 프로야구 1군에 데뷔하며 시즌 179안타를 기록해 신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이정후는 지난해 뜨거운 관심 속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올 시즌 부상에서 회복해 팀의 주전 중견수이자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정후는 8월12일 현재 타율 0.256, 홈런 6개, 타점 46개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배구·골프·야구계의 전설로 통하는 김연경(공동6위·6.2%), 박세리(공동6위·6.2%), 박찬호(8위·5.6%)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전문가 조사에서 세 사람은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에서도 박세리(6위·10.8%)와 박찬호(7위·9.2%), 김연경(8위·8.2%)이 10위권에 랭크인했다. 류현진(전문가 9위·5.2%, 일반 국민 9위·8.0%)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화 이글스로 복귀해 올 시즌에 평균자책점 3점대 초반을 기록하며 베테랑다운 안정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림픽에서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여자배드민턴 단식 부문 금메달을 고국에 안긴 안세영은 전문가 조사에서 공동9위(5.2%)의 지목을 받아 첫 순위권 내에 진입했다. 세계랭킹 부동의 1위인 안세영은 올해만 배드민턴 대회에서 6번(말레이시아 오픈, 인도 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일본 오픈)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차범근 전 감독은 전문가 조사에서는 순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일반 국민 조사에서 6.2%의 지목률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분데스리가 레전드 네트워크 앰배서더뿐만 아니라 지도자 및 해설가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7일부터 7월25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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