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보다 우리가 불리하다” 증권사들, 기재부에 세제 개편안 개선 요청
주식 매매로 전체적으로 손실 봤어도
수익 본 종목에 세금 물리는 현실 지적
“증권거래세도 내고 있어 이중과세” 주장도
기재부 입장 확고… 개편안 수정 여지 적어
정부가 금융회사의 수익에 부과하는 교육세를 2배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금융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은행·보험사에 비해 더 억울하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보험사가 주로 거래하는 외환과 파생상품은 거래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이익이 전체 수익에 포함돼 과세된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많이 다루는 주식은 이 같은 손익 통산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식은 통산했을 때 최종적으로 손해를 봤더라도, 인정되지 않고 이익을 본 종목의 금액만큼 수익으로 산입된다.

18일 세제당국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2025 세제 개편안’에 조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교육세 과세 체계 개선 관련 세법 개정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지난달 31일 기재부가 1조원 이상 수익을 낸 금융회사에 대해 교육세를 1.0% 매기겠다고 발표한 데에 따른 것이다. 여기서 수익은 매출과 유사한 개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조건을 충족한 회사는 60개사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물론 증권사 중에선 메리츠·미래에셋·삼성·키움·한국투자증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이 적용받는 현재 세율은 0.5%다. 교육세율이 2배로 오르면서 금융권이 내는 교육세는 연간 1조3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건의서에서 금투협은 유가증권에만 손익 통산이 적용되지 않아 조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육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수익에 유가증권의 손실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삼성전자로 100억원의 이익을 내고, LG에너지솔루션에서 300억원을 손해봤다면 A증권사는 200억원(300억-100억원) 손실을 봤음에도 삼성전자로 번 100억원이 수익으로 산입된다. 이와 관련해 금투협은 “은행업, 보험업, 금융투자업(증권업) 간 교육세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은행에서 주로 취급하는 외환과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순이익을 수익으로 친다. 유가증권과 달리 외환·파생상품은 손실을 인정하고 그 금액만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보험사 역시 보험료 수익에서 책임 준비금을 차감한 금액을 수익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유가증권 매매는 이런 차감이 없다.
금투협은 또 유가증권 매매가 손익 통산에서 제외되면서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에 제약이 있다고도 했다.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거래하면서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2가지 방법으로 헤지를 한다. 증권사가 스스로 ELS 기초자산과 상반된 채권이나 주식을 직접 매입(자체 헤지)하거나, 다른 금융사와 수익률을 교환하는 스와프 계약(백투백 헤지)을 맺는 식인데, 이번 개정된 세법안으로 백투백 헤지에 대한 유인이 커졌다.
자체 헤지를 하면 유가증권 매매 차익이 발생하는 탓에 이익을 본 금액 전부가 교육세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백투백 헤지는 스와프 계약으로 파생상품이라, 이익과 손실이 상계돼 수익으로 산입된다. 세금 측면에서 자체 헤지보다 백투백 헤지가 유리한 것이다. 금투협은 “국내 금융사는 충분한 헤지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과세 문제로 외국 금융사에 헤지를 맡기게 될 수 있다”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의 자체 헤지 역량 발전도 저해된다”고 했다.
금투협은 또 증권거래세를 내고 있는데 교육세를 추가로 부담하는 건 이중과세라고도 지적했다. 기재부가 금융·보험업자에 교육세를 걷기 시작한 건 1981년인데, 증권사는 2009년부터 교육세 대상이 됐다. 그간 증권사가 교육세를 피한 건 증권거래세 덕분이었는데, 은행·보험사가 ‘증권사도 교육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증권사도 이때부터 교육세를 내고 있다. 금투협은 “현재 증권사는 주식으로 손해를 보고 팔아도 증권거래세를 낸다”면서 “교육세를 물리는 건 주식 거래에 대한 중복 과세”라고 했다.
금투협은 기재부에 유가증권 역시 손익을 통산한 후의 순손익을 과세 표준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외환거래에 대해 순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월 공제를 허용해 달라고도 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이달 말쯤 국무회의를 거친 다음 국회에서 확정된다. 수정할 시간 여유는 있으나 기재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기재부는 “교육세는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게 아니라 원래 매출에 과세하는 세금”이라면서 “외환과 파생상품은 헤지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특수성이 있어 손익 통산이 가능하고, 과세 체계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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